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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등급조정 '시늉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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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카드사들은 지난해 회원의 등급 분포를 재조정했다. 회원의 절대 다수를 낮은 등급에 배치해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등을 비싸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드사별로 회원등급 편차가 큰 데다 일부 카드사는 여전히 등급이 낮은 회원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초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연 20% 이하로 내리겠다던 카드사들의 발표와 달리 실제 카드 회원들이 이용한 현금서비스의 평균 수수료율은 평균 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별로 다른 회원등급 분포=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삼성.국민.외환.현대.우리.신한 등 7개 카드사의 지난해 12월 기준 회원등급별 분포를 보면 상위 1~2등급은 20%, 중간인 3~4등급은 49.6%, 가장 낮은 5~6등급은 30.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월에 이들 카드사의 등급별 회원 분포(우리.신한 제외)는 상위 3.8%, 중간 19.0%, 하위 77.2%로 전형적인 피라미드형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항아리형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별 회원 등급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LG카드의 경우 상위 1~2등급이 43.9%로 역삼각형의 분포였다. 외환.신한카드도 각각 전체회원의 24.9%와 23.9%를 가장 상위등급에 배치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전체 회원의 6.2%만을 상위 등급에 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는 소득이 높아 현금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부자 회원'을 높은 등급에 배치하고 소득이 낮아 현금서비스 이용이 잦은 회원은 여전히 가장 낮은 등급에 배치한 반면, 일부 회사는 종전대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상위 등급의 비중이 작다"며 "카드사들이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회원 등급을 마지못해 바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용도가 낮아 위험도가 높은 만큼 낮은 등급에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5~6등급 회원이 여전히 49.3%로 가장 많아 피라미드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새로 가입한 회원이 전체의 85% 규모에 달해 전체적으로 신용도와 기여도 평가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많은 회원이 가장 낮은 등급에 배치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수수료율 여전히 20% 이상=대부분 카드사들은 금감원의 지도에 따라 지난해 8~9월부터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평균 연 20%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LG.삼성.국민.외환.우리.신한.현대.BC 등 8개 카드사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현금서비스 이용 평균 수수료율은 연 20.7%로 여전히 20%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2분기(4~6월)의 22.1%와 3분기(7~9월)의 21.0%에 비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당초 카드사들이 약속한 것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3분기에 18.53%에서 4분기에는 21.41%로 오히려 높아졌다.

또 카드론(대출) 이자율은 1분기 평균 연 17.3%에서 4분기에 18.5%로 오히려 1.2%포인트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LG.삼성.현대.외환카드 등은 연체율 증가에 따른 순익 감소와 적자 등을 이유로 최근 평균 1%포인트 전후로 수수료율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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