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평화공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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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일부터 「정국수습 여·야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개의 첫날 이 회의는 절차문제에 관한 합의를 보고, 비공개회의를 속개키로 결정했다. 6·8 선거 후 양당간의 대화두절 상태가 150일 간이나 지속되다가 비로소 공식적으로 시도되는 이 양당협상은 복잡 미묘한 문제들을 많이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는 낙관도 비관도 불허한다. 다만, 국민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런 회의가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것이 유종지미를 거두게 되기를 절실히 염원한다.
금차 협상은 6·8 총선 후 경색 일로에 있던 정국을 타개하고 하루속히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성패여부는 부정부패선거규탄처리와 국회정상화라는 두개의 과제사이에 적절균형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규탄치 않고 덮어놓고 야당을 원내에 끌어들여 국회정상화를 이룩하고자 한다면 부정부패선거의 뿌리는 절대로 뽑아지지 않을 것이다. 또 그 반대로 부정부패선거 규탄에 열을 올리던 나머지 국회 정상화 같은 것은 안중에 없다는 식의 자세를 취하면 일당국회의 변칙적 사태는 반항구화하고, 의회 민주정치는 완전히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위의 두 가지 그릇된 편향을 극복하면서 정국타개를 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촛점을 부정부패선거를 규탄시정하면서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데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방도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야가 저마다 의견을 달리할 줄 알지만 우리네 견해를 밝힌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6·8 총선의 평가문제에 관한 여·야간의 정치적 합의를 이룩하는 것이다.
6·8 총선이 부분수정이냐, 전면부정이냐 하는 것이 단순한 사실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평가문제로 등장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면 이번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정치적 타결을 시도하는 외에는 딴 도리가 없을 것이다.
둘째로 부정·부패선거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법제상의 대담한 개혁을 시도하는데 양당간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정·부패선거가 저질러졌던 이유가 제도상의 맹점을 기화로 권력공세, 금품공세를 취한데 있었다고 하면 가해자·피해자 할 것 없이 법제도상 개혁할 점이 무엇인가는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가해자는 법제도의 맹점을 남용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보고, 피해자는 그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었으니, 법제도 개혁을 시도하려는 열의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의 권당이라고 하여 영구집권을 할것도 아니고, 또 재야당이라 하여 항상 정권에서 소외당할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부패 선거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 제도를 합리적으로 뜯어 고치자는데 있어서 초당파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위의 두 가지 점에 있어서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는 동시에 양당은 다같이 지금까지 취해온 자세를 기본적으로 바로잡도록 해야한다. 공화당이 일당국회태세를 갖추어 놓고 야당이 등원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식의 정략을 택해온 것은 그 동기나 목적 여하에 불구하고 헌정의 상도를 일탈했었다는 점에 있어서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신민당이 총 사퇴도 아니오, 원내 투쟁도 아닌 흐리멍텅한 등록거부 전술을 써왔다는 것은 의회정당으로서의 고유한 사명을 다하는데 소홀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이 역시 비난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양당이 종래와 같은 아집, 그리고 소승적인 자세를 계속 취한다고 하면 국회는 절대로 정상화되지 못할 것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하여 여·야는 제각기 상대 당에 대하는 자세를 근본적으로 시정하여 의회정치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공존을 이루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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