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씨름판 분위기 '복고풍' 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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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름연맹의 재정은 넉넉지 못하다. 민속씨름의 인기가 살아나질 않는데 연맹 살림살이가 풍성할 리 만무하다. 프로 씨름단도 3개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 "그냥 쉽게 가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 현장이 바로 설 연휴기간에 치러진 설날장사씨름대회였다.

우선 식전 프로그램. 첫날은 서커스였다. 그러나 TV를 통해 국제 서커스단의 수준높은 연기에 익숙해진 관중이 감응하기엔 한참 거리가 있는 공연이었다. 대회마저 '싸구려'라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둘쨋날은 전국노래자랑. 출연자와 초대가수가 하나같이 트로트 일색이었다. 노래자랑이야 씨름연맹 소관이 아니라지만 시종 '쿵짝쿵짝'하는 분위기에서 '젊음과 패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경기장(장충체육관)은 어떤가. 너무 어두침침했다. 관중석과 경기장 주변도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장 밖 복도에서는 선수단.임원.관중 가릴 것 없이 마구 담배를 피웠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화장실 세면대에서 발을 씻은 뒤 관중과 어깨를 부딪치며 복도를 활보하고 다녔다.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씨름은 젊어지기 어렵다. 그리고 젊어지지 않으면 활로는 없다. 노년층의 복고 취향에 기댈 때는 지났다.

씨름장에도 축구나 농구처럼 '오빠부대'가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일본 국기인 스모처럼 될 수 있다.

먼저 경기장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제대로 된 '상품'으로 만드는 마케팅도 시급하다. 최근 씨름연맹은 신임 총재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씨름이 거듭날 수 있는 호기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내느냐를 놓고 씨름인들이 모두 씨름을 해야 한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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