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수뇌에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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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0일 김 공화당의장은 국회정상화를 위한 유 신민당수와의 면담을 정식으로 서면제의했다. 김 의장은 이번 제의를 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양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당의 당론도 당대당의 수뇌급회담을 대체로 찬성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으며 유 당수는 금명간에 구체적인 회답을 하게되리라고 전해지고 있다.
양당간의 대화두절, 그리고 막후접촉의 부진등으로 경색일로를 걸어온 정국은 지난 10월24일의 청와대성명을 계기로하여 파탄직전에 이른 감이 짙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의 김 당의장제의와 이에 대한 신민당측의 성의있는 반응표시로 양당협상에 의한 정국수습에 한가닥의 광명이 비치기 시작하게 된 것은 국가적견지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6·8총선에 대한 평가와 부정·부패선거의 결과를 시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양당은 소개월을 두고 극한적인 대립을 지속해 왔었다. 신민당은 부정선거시정에관해 정부와 여당의 성의있는 해결을 촉구하기 위하여 등록거부의 전술을 써왔고, 집권당은 이러한 등록거부전술을 분쇄하기위해서 단독국회운영의태세를 갖추어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고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같은 악순환은 정국을 공전시킴으로써 의회부재·정치부재의 상황을 조성했었다. 이로 말미암이 직접·간접의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었으며 의회민주정치의 존재가치에 대해서조차 의혹적인 불신감을 짙게하는 위험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했었다. 그러므로 현시점은 지난날의 잘 잘못을 불문하고 양당이 국민을위하여 정국수습과 국회정상화를 위해서 성의있는 협상을 벌이지않으면 안될 단계인 것이다.
우리는 6·8선거후 오늘까지 5개월간은「실질적인 헌정중단상태」로 간주하지 않을수 없다. 이러한 상태가앞으로 더 지속 된다고 하면 이나라의 헌정은 완전히 유명무실해지고 그 기능은 반항구적으로 마비될 공산이 큰 것이다. 오늘날 양당으로 하여금 당대당의 수뇌회담을 열어 보자는 기운을 성숙케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 양당이 다같이 협상을 통해 선전효과를 노리거나 혹은 책임전가 따위의 소승적인 생각을 완전히씻고 정당이란 국가속에있는 집단이요, 국민을 위한 존재라는 것을 깊이 자각함으로써 성실하게회담을 한다고하면 난국타개의 실마리를 능히 찾을수 있을것으로본다.
무정·부페선거를 규탄하는데있어 흔연한 성의를 보이지 않고 야당의 존재를 홀시하면서 위헌적으로 국회의 단독운영을 꾀하여온 공화당의 자세는 제아무리 정략상의 필요에서였다고 하더라도 심히 못마땅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총사퇴도 아니고 원내투쟁도 아닌 흐리멍덩한 등원거부전술을 가지고 사태의 근본적해결을 꾀하려던 신민당의 태도 역시 마땅치않다. 이처럼 정국의 악화나 국회의 탈선적인 운영에 대해서 쌍방이 똑같이 책임이 있는 것이라면 공화당은 신민당이 원내에 들어 올 수 있는 대의명분을 세워 주는데 최대의 아량을 베풀어야 할것이고, 또 신민당도 등록거부만을 능사로 삼아 일당국회를 방임해 두는 류의 종래의 소승적인 태도를 깨끗이 버려야 할 것이다.
부정·부패선거는 물론 규탄되어야 하겠지만, 정국이 오늘날과 같은 한계상황에 이르렀으면 그것은 원내투쟁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집권당의 수뇌도 야당에 대한 양보가 결코 야당에 대한 정치적 굴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나라 민주주의와 주권국민에 대한 성의의 표시임을 자각하고 관용을 보이도록 해야한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정국의 타개를 야당지도자의 정치적현명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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