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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천리」…유족들 현장으로|위험 표식없는 난코스|초행에 과속·과로겹쳐|마주오는 차 피하려다 곤두박질 13m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고현장>
사고지점은 김천에서 동남쪽으로 약10킬로. 2년전에도 「버스」추락사고가난 일이있는 마외부상재길은 길폭이 고작 5미터이며 겨사80도 높이13미터의 벼량을 끼고도는 경사5도 「커브」40도의 난「코스」. 처음길이라 지리에 어두운 운전사 이씨는 평지에서도 간신히 차2대가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길에서 시속30마일의 과속으로 맞은편에서 오던 일심여객「버스」를 비켜가려다 「버스」뒤쪽에 부딪치면서 유리한장을 깨고 그반동으로 곧장 낭떠러지에 곤두박질한 것.
게다가 사고지점에는 위험표지하나 세워져 있지않아 사고유발에 큰 원인이 되었다.
고동철 경북도경국장지휘로 현장수습에 나선 경찰은 왜관주둔 미 「켐프·케럴」부대 「크레인」을 동원, 이날 밤9시30분쯤 부서진 차체를 끌어올리고 밤을새워 사망자들의 신원파악 및 사고원인수사에 진땀을 빼고 있다. 순식간에 42명의 목숨을 삼킨 부상재는 통곡의 낭떠러지로 변했다. 13미터 낭떠러지밑은 평석이 깔린 돌바닥. 육중한 차체가 공중에서 곤두박질로 떨어져내리는순간 「버스」의 천장이 엿가락 처럼 우그러져 「시트」에 맞닿고 차바퀴만 덩그러니 허공에서 겉돌고 있었다. 돌바닥과 나무에도 핏자국이 낭자하고 우거진 잡초사이에는 살점들이 처참하게 흩어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창경을 이루었다.
「버스」안팎에는 여행「백」과 고무신짝 사과나부랑이 「사이더」병 술병등 놀이에 쓰일 일용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나뒹굴고 『사람살리라』는 단마의 신음소리가 온골짜기를 메웠다.
대구를 떠나 김천으로 들어가던 맞은편 「버스」(경북영3600호) 운전사 김의수(40)씨가 맨먼저 사고현장 2킬로떨어진 지서에 연락, 사고난지 1시간쯤 지나 경찰구조반이 현장에 달려갔을때는 「샌드위치」처럼 납작우그러진 「버스」안에서 겨우 3명이 빠져나왔을뿐이었다. 우그러진 차창을 비집고 사상자들을 끌어내다 못해 구조반은 외관주둔미「켐프·케럴」부대 「크레인」지원을 받아 차체를 편뒤에야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벌일 수 있었다. 형체도 알아볼수 없이 무참하게 일그러진 시체곁에서는 염주를 목에건 중상자들이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아픔을 견디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40∼70대 부녀들 일가 네명 참사도>
○…이번사고로 죽은사람은 모두 40대에서 70대의 부녀자들로서 거의 부유한 층인데 함께탔던 남자4명은 요행히 중상만입고 살아났다.
○…이중에는 일가족4명이 참변을 당해 눈물마저 삼키지못하는 집안도 있다.
이승녀(59·정르동266의 115)씨와 그의딸 이기옥(39)씨 그리고 동생 이옥용(48·장위동)친척 박경순(58·효창동2의 12)의 여인. 비보를 듣고 정릉 이승녀씨 집으로 몰려온 이일 가족은 너무도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온가족이 넋을 잃어버렸다. 신유희(52)씨는 함께탔던 부인 전수진(45)씨를 잃고 『아내의 시체라도 보여달라』고 병상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개원이래의 초만원 천막치고 사체안치>
○…병원이 생긴이래 이처럼 많은 환자와 시체를 치른적이 없다는 김천도립병원의 각병실과 시체실은 초만원, 시체실에 시신을 모두 들일수없어 마당에 천막3개를 가설, 흰광목으로싼 시체들을 즐비하게 들여놓고 직지사와 김천개운사 스님5명이 피투성이가된 시체의 얼굴을 손으로 닦아내며 합장을 했다. 동이틀 무렵 스님들은 시체실앞마당에 제단을 마련, 목탁을 치며 독경을 올리고.
서울에서 「택시」또는 열차를 타고 밤을 새워 김천에 몰려온 유족들은 17일상오 9시현재 30명이 넘었다.

<길재호의원 장모도>
○…이날 참변을 당한 승객중에는 공화당사무총장 길재호씨의 장모 임순영(70·인천시북선동3가4)씨도 끼어 있었다.
길씨 집에서는 이 비보를 듣고 16일밤 「앰블런스」를 현지에보내 임씨의 유해를 따로 운구할것이라 한다.

<놀란 유족들 보현정사로 주지는 "현장간다">
비극의 관광여행을 주관한 서울남산 보현정사(후암동산 407)에는 16일 하오 7시부터 방송「뉴스」를 들은 희생자 가족들이 할머니, 어머니들의 생사를 확인하려 몰려들어 울음과 탄식으로 수라장을 이뤘다. 주지 김홍도(35)씨는 자신도 사망자를 몰라 당황, 유족들과 함께 안절부절을 모하다가 하오 8시쯤 현장에 간다고 뛰쳐나갔고 밤12시까지 여행간 할머니들의 안부를 알고자 50여명의 희생자가족들이 남아있었다.

<관광 안내소에도 유족들 몰려 철야>
서울동대문구신설동100의1호 삼용여객 관광안내소엔 16일하오 7시부터 가족들이 몰려들기시작, 사무소안은 밤12시까지 유족들의 통곡과 아우성으로 지샜다.

<1구 보험금 10만원>
한국교통보험공영사에서는 이번사고로 죽은 42명의 유가족에게 10만원씩, 부상자에겐 7만원씩을 각각 지급했다.

<「삼용」에 면허취소>
치안국은 교통부육운국에 이번사고를 낸 서울삼용관광회사에 대한 사어면허취소와 운전사 이우석씨의 면허취소를 요구했다.

<수습대책본부 치안국서 설치 안보안과장 급파>
치안국은 17일 부상재사고에대한 긴급수습대책본부를 치안국에 설치하고 안갑준 보안과장을 현지에 보냈다.

<단일사고론 최약의 희생>
이번사건은 단일사고의 사망자로는 가장많은 희생자를낸 큰 교통사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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