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평년작 - 오늘의 초점(10)올 추수 2,700만 섬…391만 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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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추수하는 가을은 분명코 농민의 계절이다.
그들의 피땀이 알알이 여문 벼이삭은 오뉴월 뙤약볕에 일그러진 농부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을 꽃 피우고 횐 이를 드러내는데 인색치 않게 한다.

<67년의 농촌은>
태고로부터 우리조상이 그러했듯이 이 기쁨은『농자천하지대본』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이 기쁨을 위해 긴 여름동안 쌓아온 땀냄샐랑 마음껏 두들기는 꽹과리소리에 담아 높고 맑은 가을하늘아래 퍼진 황금빛 들판에 홀려버리는 계절.
이 기쁨의 가을을 그러나 올해에는『절망의 가을』로 맞는 고장이 있다.
그토록 매정스러운 가뭄이 영·호남의 곡창에 저주받은 황무지를 깔아놓고 말았던 것.
마귀의 입처럼 딱 벌어진 논바닥에 마르다못해 타 오그라든 벼 포기는 이제 쳐다보기조차 싫어진 가을. 그래서 l967년의 가을은 풍작의 환희와 가뭄의 절망을 한꺼번에 덮고 왔다.

<작황에 마음죄어>
올 가을 쌀 생산 추계는 작년과 같은 수준인 2천7백만 섬(약 3백 91만 톤)은 되리라 한다.
9월 15일 현재의 추계이기 때문에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정부는 3천 1백만 섬을 목표했다가 3천만 섬, 2천9백만 섬. 2천 8백만 섬, 그리고 2천 7백만 섬으로 그 추계는 줄었다.
한 톨이라도 더 늘어나기를 우리가 다 원하지만 가뭄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추계를 할 때마다 1백만 섬씩 줄어들고 있다. 이러다간 평년작인 2천 5백 80만 섬 선으로 떨어질까 무섭다.
평년작. 그것도 해가 가고 시대가 바뀌면서 다르게 마련. 일제시대는 남북한을 합한 식부 면적이 1백 61만 1천 정보(40년)로 단보당 1섬 3말 1되로 2천 1백 52만 7천 섬.
해방되던 해인 45년에는 남한만 1천 2백 85만 섬(식부면적은 기록 없음), 6·25동란이 일어나던 50년에는 1백 9만 8천 정보 식부에 1천 4백 72만 1천 섬으로 단보당 1섬 2말 1되로 떨어졌고 자유당 중엽인 55년에는 50연과 같은 식부면적 1백 9만 8천 정보에 2천 54만9천 섬으로 그해 평년작 1천 6백 96만 2천 섬보다 3백 58만 7천 섬이 늘어나 단보당 1섬 8말 7되가 수확되었다. 군사혁명 후 단군 이래의 대풍이라던 64년에는 1백 20만 5천 정보 식부에 2천 7백 46만 2천 섬으로 단보당 2섬 2말 8되를 거두었다. 평년작은 지난 3개년간의 작황을 평균치로 산출하는 것이지만 통계현실화를 단행했던 60년 이후의 평년작은 계속 증가추세, 식부면적은 60년에 비해 66년이 약 9%(11만 1천 정보) 늘어났는데 비해 평년작은 17.5%나 늘어나고 있는 것.

<달라지는 산출기준>
이래서 해방 전 수확고는 공출 때문에, 해방 후 60연대 이전까지는 미국의 구호양곡 원조 때문에 수확고가 오그라들었고(통계현실화의 시계 열을 맞추면 늘어날 수도 있다) 미국 원조가 줄어들기 시작한 60연대에 들어서는 식량자급이 조급해져서 통계를 늘려 잡을 경향이 있어『고무줄 숫자』로 오해(?)받는 숙명을 지녔다고 나할까?
일본의 올 가을은 사상 최고로 풍성하단다. 쌀 수확 예상량이 1천 4백만 톤(약 9천 8백만 섬) 지금까지의 기록이던 62연의 1천 3백만 9천 톤보다 99만 1천 톤이 증수, 농가소득은 호당 76만 1천 원(농업소득 34만 6천원·농업 외 소득 41만 5천원)보다 훨씬 올라갈 것을 내다보고 기뻐하고 있다.
우리의 가을은 다행히 작년도 작황을 유지, 2천 7백만 섬이라 해도 보리농사마저 1천 6백35만 1천 섬으로 지난해보다 27만 6천 섬이나 줄어들고 보니 내년의 식량사정의 걱정이 앞선다.
63년에 1백 31만 9천 톤을「피크」로 64년에 91만 6천 톤, 65년에 66만 9천톤, 작년에는 52만 5천 톤의 쌀·밀·밀가루·옥수수 등을 외국으로부터 도입했으며 작년이 풍작이었으면서도 올해에는 귀중한 외화로 쌀을 비롯해 87만 8천 톤(약 6백만 석, 밀가루 포함)을 들여와야 했었다. 식량의 자연증가를 생각하면 내년에는1백만 톤에 가까운 외곡을 들여오게 될지도 모른다. 하여간 우리의 평균수확고는 잡곡을 합쳐 일제시대(남북한 포함)의 약 배가되는 5천만 섬 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높은 1인당 소비율>
작년의 식량 자급도 93.8%가 더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우리농촌의 1인당 년 곡물소비량은 215.3킬로(농촌하루 4.1합=590그램씩, 도시는 하루 3.3합)로 일본보다 소비량은 높다. 쌀과 잡곡의 비율은 거의 50%씩, 그러나 육류 소비량은 1인당 1킬로 정도로 추산된다니 우리의 영양은 아직도 곡식으로만 유지한다는 것.
2백 50만 농가의 30%가 넘는 78만 2천 호가 5단보 미만의 우리농촌.
이판에 영·호남의 40만 정보가 메말라 2백만 섬의 감수가 겹쳤으니….
농림부는 1인당 하루 3.6킬로의 구호 곡으로 매일 13만 8천 명을 취업시킨다지만 아직 구호곡 12만 톤의 확보가 미지수. 또 올 가을 추곡매입가격을 80킬로들이 가마당 3천 5백 38원으로 작년보다 7%의 물가상승률만 인정한단다. 실 생산비는 2천 5백원에서 2천 7백 15원으로 8.6%(2,800만석 수확량 전제, 이 수확량이 줄면 생산비는 더 오른다)가 올랐으니 결국 1.6%의 손해를 농민이 보게된다. 새 농지법으로 영농근대화를 한다지만 일본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먼 얘기. 농민의 가을이기에「중농」이란 이름의 정책이 더욱 아쉽다. <글·신영각 기자>
▲카메라= 린흐프 렌즈 150밀리 F4.5, 200분의 1초 F6.3 엑타크롬 ASA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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