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변칙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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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은 5일 국회본회의에서 「의원의 구성」을 형식상 끝마치고 국회단독운영을 강행했다. 이날 공화당에서 제명된 의원 12명은 「10·5구락부」라는 무소속교섭단체를 구성했으며 신민당 의원에 대해서는 의장직권으로 12개상위에 배정한 뒤 국회본회의에서 공화당이 내정했던대로 12개 상위장을 선출했다.
공화당의 이와같은 처사는 정치적으로 불가피한 일이었을는지 모르겠으나 야당불참리에 의원을 구성함에 있어서, 제아무리 합리성을 위장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타당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첫째로 공화당이 관제 무소속 의원을 만들어 교섭단체를 형성시키고 야당행세를 시킨다는 것은 무소속 입후보와 무소속 국회의원을 원칙적으로 인정치 않는 헌법의 제도 및 정신에 대한 근본적 위배라 단정치 않을 수 없다. 공화당이 앞서 부정선거의 혐의가 짙은 몇몇 지역구 출신의원을 제명한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전국구 출신의원 수명을 제명한 것은 무소속 교섭단체를 형성하고 사이비 야당행세를 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장난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들 네명은 신문지상에 성명을 발표하여 가로되 『공화당을 자진하여 떠나기로 결의하고』 운운했다. 이 성명대로 그들이 자진해서 당적을 이탈한 것이 사실이라고하면 그들은 헌법 제38조의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마땅히 내놓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그들의 경우는 본인들의 이당 요청과 당의 제명결의가 일치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무방하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임기중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한 때 그 자격이 상실된다』는 원칙적 규정에 비추어보아, 특히 그들이 공화당을 모체로 하여 선출된 전국구 의원임을 생각할 때, 이러한 정치적 장난이 헌법 정신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려운 일임은 구차스러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무소속 입후보를 금지한 헌법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여왔지만 무소속 입후보 금지조항 철폐를 절규한다 하더라도 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로 국회법 제46조2항의 규정에 따라 의장 직원으로 야당의원을 상위에 배정하였다는 것도 법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회법 제46조2항은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위원선임은 의장이 이를 행한다고 규정했는데 국회에 등록조차 하지 않는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간주해야 하는가도 의문이려니와 가령 그들에게 법률상 국회의원자격을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엄연히 신민당에 속해있는 사람들을 무소속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법규정을 최대한으로 확대해석한다 하더라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단독국회라는 인상을 회피키 위해 신민당 의원을 무소속으로 간주하고 의장직권으로 상위에 선임시켰다는 변명이 나올는지도 모르겠지만 공화당이 관제 무소속의원으로 야당교섭단체 행세를 시켜야만 했던 까닭은 무엇인가.
정국이 파탄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공화당이 일다 국회 불사의 자세를 굳이 하게 되었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당국회가 마치 일당국회가 아닌 것같은 인상을 주기위해 정치적으로 헌법·국회법·정헌법을 주무르는 것은 합리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신민당으로서는 대여 경고성명을 되풀이 내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여당국회의 위헌·위법성을 나무라기 전에 이를 시정키 위한 정치적인 협상을 하루속히 벌이는 것이 아마도 공당다운 태도일 것이다. 여·야는 다같이 국회운영을 싸돌고 국민을 우롱치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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