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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 피해 구미시민 1인당 2만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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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상 최악의 단수(斷水) 사태가 2011년 5월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했다. 4대 강 정비사업을 위해 설치했던 낙동강변의 광역취수장 물막이 보(높이 3m)가 무너지면서였다. 이 바람에 구미·칠곡 지역 16만여 가구가 적게는 2일, 길게는 5일간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했다. 40만 구미시민의 고통은 이루 말할 길이 없었다. 구미의 대란(大亂)은 임시물막이를 설치하는 등의 응급 대처로 며칠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단수대란 못지않은 위력의 후폭풍이 일어났다. 바로 집단소송이었다.

 단수 피해를 당한 구미시민 17만여 명이 두 차례로 나눠 한국수자원공사와 구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1차 소송단 1만7642명, 2차 소송단 15만 3965명이란 숫자는 국내 민사소송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였다.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경북삼일 백영기 변호사는 “시민들이 엄청나게 몰려 사무실 업무가 마비됐으며 원고의 명단을 컴퓨터로 입력하는 작업에만 1개월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상청구 액수였다. 개개인의 손해 정도가 다르고, 시간이 지난 다음엔 이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금액을 특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YMCA 등 시민단체는 배상 적정액 산정을 위한 공청회까지 열었고, 최종적으로는 정신적 보상 등에 대한 최소한의 위자료 성격으로 1인당 하루 3만원씩 배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희망연대 이대성 팀장은 “액수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기업과 자치단체의 무책임을 꾸짖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재판부는 엄청난 숫자의 소송 참여자를 감안, 구미시 원평동 주민 10명을 추출해 재판을 진행했다. 그래도 심리를 끝내고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결과는 구미시민들의 승소.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재판장 박재형 지원장)는 28일 “한국수자원공사의 대처가 미흡했고 중대과실이 인정된다”며 “1인당 2만원씩 배상하라”고 밝혔다. 박 지원장은 “공공서비스인 상수도 성격 등을 감안해 이틀간 위자료로 1인당 2만원씩이 적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년 전 수원에서 단수예고로 인한 주민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지만 구미사건과 유사한 소송은 해외에서도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한국수자원공사는 최소 34억여원을 시민들에게 물어야 할 전망이다. 2차 소송단 15만여 명도 판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 대상이 된 10명은 단수 피해를 이틀간 입은 사람들이지만 3∼5일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 배상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아직 소송을 내지 않은 나머지 시민 20여만 명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는 손해를 입은 시점부터 3년이다. 2014년 5월까지 소송이 가능하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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