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재에 답한다 장리욱·곽상훈씨의 소론을 읽고-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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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의 하나다. 이번 「6·8선거」를 치르고 정치의 어려움이 새삼 느껴졌다. 야당은 야당대로 이 점을 통감했을지 모르나 여당 역시 야당과는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 절감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정당정치와 의회정치의 운영은 여·야의 건전한 공존아래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상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여·야 공존의 양상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바탕 위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즉 그것은 상호이해나 관용 또는 선의의 견제가 아니라 무턱댄 적대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어긋난 공존 양상>
이와 같은 여·야 상극관계에서 벌어진 정쟁은 「국민이 소외된 정치」를 자아내기 쉽고, 끝내는 「정치부재」현상으로까지 번지고 말았으며, 특히 「6·8 선거」후에 벌어진 경색된 정국의 양태는 바로 이러한 정쟁의 극한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여·야간의 극한 대립은 한번도 탈출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것은 「민주주민」의 국민을 무시한 일로서 국민의 노여움을 사도 할말이 없다. 여기 여·야를 초월해서 우리 정당과 정치인들이 모두 함께 책임져야할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신민당은 「6·8 선거」직후엔 당수가 공식기자회견에서 『일부지역에 선거부정이 있으므로 재선거를 실시해야한다』고 언명하더니 사흘이 못되어 낙선자압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선거는 전면부정선거니 전면재선거를 해야한다』는 주장으로 표변하고 말았다.
또 신민당은 『6·8 선거는 민주선거의 완전말살』이니 『민주주의를 장송하려는 반역행위』며 심지어는 『선거쿠데타』라고 까지 규정했다.
그런데 신민당이 이처럼 통박하고 이렇게 규정한 선거에서 신민당은 제일 야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도 신민당원의 힘에 의해서만 아니다. 총유권자의 32.7%나 되는 3백55만여 명의 신성한 주권행사에 의해서 된 것이다.
이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결국 신민당의 주장이 옳다면 자당을 지지한 총 유권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상당수의 국민들도 「선거쿠데타」에 조력해서 「민주주의를 장송하려는 반역행위」에 가담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인 모두 책임>
신민당의 억지 주장대로 한다면 신민당은「6·8 선거」와 아무 관계가 없거나 또는 모든 책임은 공화당에만 있고 신민당은 독야청청하다는 격이다.
「6·8 선거」를 치른 후 우리 공화당은 석달동안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이 있어도 말만으로 통하는 세상이 아닌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는 변명이나 해명보다도 솔직하게 공화당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는데 과감 하려했다.
이점에 있어 특히 당의 총재이신 박 대통령께서는 ?차에 걸친 공식언명에서 국민 앞에 분명한 태도를 표명하셨다.
우리는 야당인 신민당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 스스로의 잘못을 통감하고 법의 심판을 받기에 앞서 혐의를 받은 당선된 후보자를 제명했으며 당선자 대회와 당무회의에서도 반성과 자숙을 결의했던 것이다. 그리고 백일이 넘도록 교착된 시국타개의 길을 찾아 여·야 협상을 기도해 왔다. 국회개원 후에는 5차에 걸쳐 휴회를 거듭하면서 야당의 등원을 끈기 있게 기다리며 국회정상화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신민당은 끝내 대화의 길을 차단한 채 여·야 협상을 죄악시하는 풍조마저 일어 시국수습은커녕 국회공전의 장기화로 국정의 처리마저 지대한 경향을 끼치게 되고 말았다.

<반성으로 전진을>
신민당 소속 의원이 국회등원을 안 한다는 것은 개개의원의 자유이거나 신민당의 재량에 그칠 수는 없는 것이나 신민당을 지지투표한 주권자나, 또 이번 선거에 임한 온 국민이 수임한 국정에 대한 「사보타지」요 배임인 것이다.
물론 공화당으로서도 아직도 반성할 여지는 다분히 있을 것이고 시정할 점 또한 많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공화당은 언제나 반성하고 전진하고 또 반성하고 전진한다는 기본자세를 잃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화당이 국민의 신념을 얻을 수 있는 소지가 된다고 자부하고 싶다. 우리는 반성하는 정당이요 전진하는 정당으로 끝까지 국민과 더불어 호흡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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