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민 기자의 '남자의 그 물건'] 성능 보다 맛 따져야 할 캡슐 커피 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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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강승민 기자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해외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남녀 간 논쟁이 뜨거웠던 일이 있었다. 인터넷 게시판을 달군 이른바 ‘된장녀’ 논란.

‘대체 한 잔에 몇천원씩 하는 커피를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는 여자들 보면 정말 생각 없어 보인다’는 한 남성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당시만 해도 3000~4000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커피값은 5000원 이상이었다. 백원짜리 두 개 정도면 마실 수 있는 ‘달달한’ 인스턴트 커피, 자판기 커피에 비해 엄청난 가격이란 게 반감을 더욱 키웠다. 많은 남성이 ‘미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겉멋이 들었네’ ‘그럴 돈 있으면 아껴서 굶는 아이들이나 도와줄 것이지’ 하는 유의 비판 아닌 비난을 퍼부어댔다. 커피가 여자들만의 음료가 아닐진대, 유난히 이런 외국 브랜드 커피를 대하는 태도는 그랬다. 하필 스타벅스 1호점은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열었다. 아무튼 이때 여성들은 ‘남성들 하룻밤에 마시는 술값보다 여성들이 즐기는 커피값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1999년의 일이다.

요즘은 이런 논란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우습게 됐다. 남자든 여자든 커피를 담은 종이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너무나 많아졌다. 서울 중구나 강남구 테헤란로 등 사무실 밀집 지역엔 좀 과장해 한 집 건너 하나씩 커피 전문점이 있다. 커피 전성 시대다.

2000년대 커피 시장의 주인공이 커피 전문점이었다면 2010년 이후 주인공은 ‘캡슐 커피 머신’이다. 커피 전문점 커피는 기본적으로 진한 원두커피인 ‘에스프레소’를 뽑고 여기에 물이나 우유 등을 넣는다. 이 에스프레소를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게 한 기계가 캡슐 커피 머신이다. 캡슐 형태가 나오기 전엔 몇백만원짜리 에스프레소 기계를 혼수용품으로 장만하는 신혼 부부들도 있었다. 하지만 고작 하루 몇 잔 마시겠다고 수백만원짜리 기계를 매일 관리하고 청소하는 수고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인기를 얻은 게 캡슐 커피 머신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식품기업 네슬레의 자회사 네스프레소를 통해 처음 시장에 나왔다. 첫 개발은 1976년, 대중화는 88년께이니 이제 25년쯤 됐다. 십몇만원에서 60만~80만원대 정도면 장만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기계에 비하면 꽤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의 커피 회사가 비슷한 방식의 기계를 만들고 있다. ‘간편하게 맛있는 커피를 집에서’라는 제품 컨셉트는 좋지만 사기 전에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캡슐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한 회사 기계를 사고 나면 쭉 거기에 맞는 캡슐 커피만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네슬레의 캡슐과 그 자회사인 네스프레소 캡슐도 서로 규격이 다를 정도다. 원두커피 가루를 그냥 팔 때보다 캡슐에 넣어 파는 게 서너 배쯤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한다. 기계보다 캡슐을 꾸준히 많이 팔아야 커피 회사에 더 큰 이득이니 굳이 호환되는 캡슐 커피 머신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소비자는 괴롭다. 편하자고 기계를 샀는데, 막상 마실 수 있는 커피 종류는 제한된다.

다음 주 월요일(29일) JTBC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그 물건’에선 네 종류의 ‘캡슐 커피 머신’을 비교한다. 가장 기본적인 커피 맛 비교는 물론이고 기계마다 다른 우유 거품도 비교 대상이다.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가 MC들과 함께 커피 맛을 논하고 바리스타들의 인스턴트 커피 비교 품평도 마련된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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