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지금 이 자리 대한민국의 적 있는 것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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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을 상대로 한 첫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회의 시작에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총리 뒤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경빈 기자]

“본의원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도 대한민국의 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묻고 싶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새누리당 김진태 초선 의원이 25일 한 말이다. ‘이 자리’는 국회 본회의장이었다. 이날 국회는 박근혜정부 들어 첫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했다. 여기서 김 의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외부의 적은 적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뜻”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적’이란 표현은 야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민주당 의석에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고함이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개의치 않고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북한 핵실험 규탄 성명에 기권한 사람이 있다. 키리졸브 훈련을 북한을 공격하는 훈련이라 매도한 사람이 있다. 우리 정부를 남쪽정부라 하고 애국가와 태극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종북성향 의원이 그들”이라면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지목했다.

 그런 뒤 민주당을 향해 “이제는 종북세력과 결별하라. 그런 식으로 무조건 옹호하지 마라”고 했다. 이어 “물론 (결별이 어려운 게) 이해는 된다.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은에 대해 예의를 갖춰 호칭하라고 질책한 의원도 계시기 때문”이라고 야유했다. 최근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란 직함을 달아서 불러야 한다고 요구한 걸 꼬집은 것이다. 그는 “ 김정은은 김정은일 뿐”이라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은 이 땅을 떠나시기 바란다”며 질의를 끝냈다. 이에 또 한번 장내가 소란해졌다.

 김 의원의 발언에 이어 단상에 오른 이는 이석기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이 ‘대한민국의 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는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정홍원 국무총리를 상대로 우리 군의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발언들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 의원의 질의에 정 총리는 정부의 입장을 조목조목 밝히며 상대적으로 공세적 답변을 했다.

 ▶이석기 의원=“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북한 일대에 핵무기를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정홍원 총리=“그런 가상적인 전제하에서 상상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 의원=“미국이 지난번 폭탄투하 훈련을 한반도에서 했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었다.”

 ▶정 총리=“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 우리가 비핵화하듯이 북도 핵을 갖는 것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이 의원=“전쟁불사하고 선제타격하겠다,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 지휘세력까지 타격하라, 군 수뇌부가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신뢰 프로세스에 부합한가.”

 ▶정 총리=“새 정부의 대북기조는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신뢰 프로세스다.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하자는 뜻이다. 대북 억지력 부분을 맡고 있는 군으로선 그와 같은 의지를 갖고 있어야 된다.”

 ▶이 의원="저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안보는 말로 지키는 게 아니다. 그 결과가 뭔가.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았다. 일부 당국자들의 언행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따라 외교안보와 통일정책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다른 목소리가 나와 혼란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달라.”

 ▶정 총리=“그렇게 하고 있다. 엇박자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 의원은 질의응답이 평행선을 달리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서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제안한다”며 “박 대통령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법을 논의해 주길 촉구하다”며 질의를 마쳤다.

 이날 정 총리는 대북 특사 필요성에 대한 질의에 “북한과의 대화는 항상 문을 열어놓고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특사 파견을 고려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글=정원엽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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