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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형준 "반란은 여기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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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씨름을 보여주겠다."

금강급(90kg 이하)의 화려한 기술과 백두급(1백5.1kg 이상)의 파워를 두루 갖춘 '백두급의 테크노 씨름꾼'이 나타났다.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파워상을 받은 아마추어 온형준(22.단국대.사진)은 단체전에서 '수퍼 골리앗' 김영현(27.신창건설)을 모래밭에 누이면서 '아마의 반란'을 주도했다. 개인전에서는 비록 1회전에 탈락했지만 그의 눈빛은 반란군 장수의 그것처럼 형형했다.

1회전 탈락의 이유부터 물었다.

"아마에게만 적용되는 체중제한(1백30kg)탓이에요. 평소 1백46kg쯤 나가는데 한계체중에 맞춰 무리하게 몸무게를 줄이다보니 뒷심이 달렸어요."

1m75㎝의 땅땅한 체격으로 과거 강호동을 연상시키는 '단신의 거인'은 2m17㎝의 김영현과 맞붙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샅바를 잡았을 때 이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번개처럼 들배지기를 걸었을 때 상대가 기우뚱했지요. 순간 '이겼구나'하고 생각했어요."

반란군답게 온형준의 꿈은 야무지다. 그는 좋아하거나 본받을 만한 씨름꾼이 없다고 했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겠단다.

익산 중앙초등 5학년 시절 은사인 김한규 교사의 권유로 처음 샅바를 잡은 후 씨름은 그의 운명이 됐다. 씨름만의 외길 인생이었다. 올해 4학년이 되는 온형준이 어느 팀을 고를지 프로팀들은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골라야죠. 그리고 연봉은 능력이니까 돈 많이 주는 팀이 좋아요."

벌써부터 프로 냄새를 진하게 피우고 있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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