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원과 공교육비 부담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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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일 열렸던 정부·여당의 정책협의회는 내 68학년도부터 향후 5년간, 매년 4천명씩의 대학정원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당국은 이와 함께 현재 48%대 52%로 돼 있는 인문대 자연계 학과 학생 정원의 비율을 40%대 60%로 재조정할 것도 아울러 결정, 내년도에는 우선 화공·전기·기계·섬유·해양·의과계 학생 정원을 우선적으로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의 이와 같은 합의는 지난달 25일 문교부가 밝힌 매년 6천5백명씩, 도합 2만6천명의 대학정원 증원 계획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써 우리의 대학정원은 현재의 12만3천l백인명으로부터 약 14만명선이 될 것이며, 매년 처절했던 대학 입시지옥도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의 이와 같은 급격한 대학정원 확대 정책은 「제2차5개년 계획을 뒷받침할 인력 수급계획상의 요청」을 명분으로 삼고 있을 뿐 더러, 해마다 더욱 치열해지던 대학입시 경쟁의 결과도 평균 경쟁률 5대 1, 올해부터는 대학 신입생의 40%이상이 1연 이상의 재수생이었다는 기막힌 실태 보고가 나와 있는 우리의 현실로 보아 우선 그 현실적인 타당성을 인정받아도 좋을 듯 하다. 물론 「대학망국론」이 파다한 오늘의 실정하에서는 일부 식자층으로부터 이에 대한 맹렬한 반대 여론이 전개될 소지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사료되나, 대학 정부의 절대수를 가지고 그 다과를 논한다는 것은 며칠전 본 난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자체로서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역설 되어야 할 것은 그러한 정원 확대 정책 자체의 온당성 여부보다는 오히려 장차 이를 뒷받침할 보다 근본적인 대학교육 쇄신 방안이 마련돼 있느냐의 여부 문제라 하겠다. 이점에 관하여 맨 먼저 거론되어야 할 것은 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의 대폭적인 증가문제이다. 작년도 예산상, 우리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부담액은 국·공립 대학생에 한해, 약2백만불로서 사대까지를 합친 대학생 1인당 부담액은 57불에도 미달하는 한심한 실정에 있다. 영국의 1인당 2천만불과 비교해 볼 때 그야말로 구우일모에도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대학교육의 수준에 관한 한, 오늘날 각국 대학의 실정은 결코 선·후진국 사이에 근본적인 격차를 인정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 차관을 얻어 국립대학 및 일부 사립대학의 시설확충을 위해 상당한 힘을 기울이고 있는 터이고, 사립대학 보조비만도 향후 5년 간 18억원이란 재원을 마련하는 등 전례 없는 영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 그러나 대학정원 확대 정책의 주 목적이 뻗어나는 국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수요의 충족에 있는 한 국·공·사립을 막론하고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부담액을 적어도 일본의 그것(66년=5백87불)에 비길 수 있을 만큼 늘리는 재정확보조치가 선해되지 않는다면 별다른 실효를 기대할 수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밖에도 대학교수 요원의 양성과 그 확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실질적이 처우 개선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또 그보다도 더 근원적으로는 대학이 스스로 대학으로서의 개관적 여건의 조성을 위해 위정 당국자의 대학사회를 보는 눈 자체의 일대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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