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포트] 여성 창업 자금 많이 빌려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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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9일 서울 반포동 여성부 인력개발담당관실의 전화기 5대는 하루종일 불이 났다. 여성인력 창업자금 지원사업 때문이다. 계획이 발표되는 날은 오는 7일.

하지만 정부가 여성에게 창업자금을 빌려준다는 소문이 어느새 곳곳으로 퍼진 것이다. 인력개발담당관실은 창업자금 신청 자격과 절차를 묻는 전화로 이날 하루 업무가 완전 마비됐다.

한 직원은 "병원을 열겠다는 여의사로부터 과일 노점상을 하겠다는 할머니까지 사연도 수백 가지"라고 전했다.

여성부가 마련한 '여성기술인력 창업자금 지원 사업'에 여성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중점 사업이다. 조건은 파격적이다.

1인당 최고 1억원까지 받을 수 있고 연 4.5%의 저금리에 5년 안에 갚으면 된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돈을 주는 건 아니다. 누가 어떻게 해야 창업자금을 받을 수 있는지 조목조목 살펴봤다.

◇지원 조건=여성부는 이번 사업을 위해 기금 1백억원을 준비했다. 1인당 대출 한도는 5천만~1억원. 1백~2백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출 후 1년동안은 이자(원금의 4.5%)만 내면 된다. 그뒤 4년 안에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으면 된다.

일반인이 대출을 받기 힘든 이유는 마땅한 담보물이 없어서다. 여성부는 이 문제 때문에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전북.제주 제외)와 중소기업청이 출연한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협조를 받았다.

담보물이 없는 여성은 신용불량 등의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각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대출한도가 5천만원(서울은 3천만원)이내로 줄어든다.

◇지원 대상=이번 사업의 정식 명칭이 '여성기술인력 창업자금'지원사업이다. 따라서 여성 모두가 대상이 아니라 여성 기술인만이 대상이 된다.

외환 위기 때 실업대책으로 마련했던 단순 생계형 대출과 다르다. 따라서 크게 두 가지 자격을 갖춰야 한다. 우선 지난 1년 이내에 발급된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네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기준은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직업.창업교육을 수료한 여성 ▶국가가 인정하는 기술 또는 자격증을 가진 여성 ▶여성친화적 사업으로 분류되는 문화.정보통신산업에서 2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여성 ▶기타 여성부장관이 인정하는 여성 등이다.

여성단체들이 운영 중인 51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선 피부관리사.제빵사.공인중개사 등 10여개 과정을 교육 중이다. 국가가 인정한 기술 또는 자격증 분야엔 미용사.도배.한식조리.세탁 등 수십개가 있다.

여성부 최창행 인력개발담당관은 "이 기금은 기술도 있고 창업 의사도 있지만 돈이 없어 고심하는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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