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 재·보선 계기로 정치 무기력증 벗어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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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24 재·보선에서 역시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세간의 시선은 역시 서울 노원병의 안철수(무소속), 부산 영도의 김무성(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쏠린다.

 지난해 ‘안철수 바람’을 일으켰던 안 당선인은 이번에 또다시 ‘새 정치’를 들고나왔다. 그가 국회에 입성해 야권 재편의 방아쇠를 당길지, 아니면 300명 의원 중 한 명으로 남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새 정치’를 외치는 그가 국회에 들어왔다고 자동적으로 야권 재편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대선 후보와 지역구 의원의 존재감은 확연히 다르다. 그의 전매특허인 ‘애매모호 전략’이 비제도권에선 먹힐지 몰라도 국회에선 통하지 않는다.

 다만 노원병 유권자가 그에게 표를 몰아준 데엔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도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무공천으로 야권 표를 쉽게 빨아들인 면도 있지만 아무 연고 없는 곳에서 그가 당선된 걸 보면 ‘안철수 바람’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구태의연한 우리 정치를 반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기여한다면 그것으로 유권자의 선택에 부응하는 셈이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진 3곳에서 한 석도 못 건진 민주당은 자칫 쇄신의 객체로 전락할 판이다. 유권자들의 외면 속에서 계파 갈등과 당내 분란이 이어지면 수권 야당으로서 국민적 신뢰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아프게 받아들여 쇄신의 자극으로 삼아야 한다.

 새누리당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면서도 청와대에 가려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다. 기존의 당 지배구조로는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에 당권 도전을 시야에 둔 김 당선인이 원내에 진입했으니 당내 권력지형이 바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누가 당을 이끌든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 정국을 주도하는 책임 있는 여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여야는 대선 이후 4개월 넘게 무기력하게 흐느적거리기만 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가 여의도에 긴장과 자극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