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생명의 신비」 어디까지 밝혀졌나|국제생화학동경대회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경=강범석특파원]52개국의 근 5천에 이르는 생화학자들이 모여 「생명의 신비」에 도전했던 제7회 국제생화학회의가 25일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생화학연구의 내용은 다채롭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다음에 소개하는 「오초아」 박사의 말로 요약될 수가 있다. 그리고 생명체의 인공합성을 거의 눈앞에 두게까지 됐으면서도 눈에도 안 보이는 하찮은 「바이러스」 같은 것에서 마저 자연의 조화의 복잡하고도 정밀함에 경탄하면서 나날을 생명과학에 바치는 세계생화학계의 모습은 이번 국제생화학회의의 엄청난 규모에서 엿볼 수 있겠다. 한편 전반적으로 아직도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이 한국의 생화학계이지만 그래도 이번에 약 10명의 우리 나라 학자가 참석하여 우리 나라 생화학계도 느리나마 전진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8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엿새동안 동경에서 열린 제7회 국제생화학회의는 생화학의 모든 분야의 학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기회가 됐다.
1949년 영국의 「케임브리지」에서 첫모임을 가졌던 국제생화학회의는 3년마다 횟수를 쌓아감에 따라 참가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제6회의 「뉴요크」 회의 때는 참가인원은 7천명에 이르러 생화학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국제회의를 한 시기, 한 장소에서 개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음 「로마」회의부터는 각각 전문분야별 분과회 형식으로 따로 따로 열기로 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생명의 신비」에 빛을 대겠다는 생화학의 급격한 발전을 웅변해주고 있다.
동경회의는 정회원 4천4백6명(그중 일본학자의 현지참가 1천8백94명), 준회원 5백98명, 도합 5천4명이 모여 7개 「심포지엄」, 14개 「콜로키움」, 10부회, 43분과회를 구성, 8백편의 학술논문을 두고 생명의 해명을 시도했는데 개회식은 모든 참가자를 한꺼번에 수용할 길이 없어 국립극장과 동경문화회관 두 군데로 「세포분열」했다.
○…인공생명의 합성-생화학의 완성은 인간이 인간을 만든다는 것으로 비유되고 있다. 생화학계의 「정상」을 이룬 미국의 「세베로·오초아」 박사(뉴요크대학 교수·195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와 소련의 「알렉산더·오파린」 박사(모스크바대학 교수·소련과학아카데미 생화학연구소장)는 동경학회에서 생명은 유기적으로 합성이 가능하다고 새삼 입론 했다.
유리병 속에 태어나 유리병 속에서만 목숨을 지탱한다는 것은 인조인간 「호믄크르스」-「괴테」의 거작 「파우스트」의 「허구」를 현실로 옮긴다는 것이다.
생명합성의 첫걸음은 단백질의 합성에서 비롯되며 7개의 「심포지엄」으로 나뉜 동경회의에서도 「생체고분자의 생 합성 및 그 구조와 기능」(심포지엄Ⅰ)이 각광을 입었다.
세포핵 안의 유전자 DNA(데옥시리보 핵산)에 새겨진 유전의 정보, 즉 단백질의 구조(아미노산배열)를 결정하는 암호는 m-RNA(메신저·리보핵산)에 모사되어 m-RNA는 「리보솜」이라고 일컬어지는 과립(단백질합성 공장)에 붙어 여기서 단백질의 합성을 지령한다.
한편 단백질의 소재인 약 20종류의 「아미노」산은 t-RNA(전이 리보 핵산)에 의해 「리보솜」으로 운반된다. t-RNA는 「아미노」산의 운반뿐만 아니라 m-RNA의 지령대로 「아미노」산을 정 위치에 배열하여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상이 분자생물학이 가려낸 단백질의 합성의 「메커니즘」이 되고 있다.
동경학회의 초점은 유전암호의 해독, m-RNA의 합성구조, t-RNA의 구조 및 기능 등을 보다 세밀히 해명한다는데 모아졌다.
「유전암호의 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은 「오초아」 박사의 주재아래 진행됐는데 여기서 일본의 야촌진강 교수(미 「위스콘신」대학 분자생물학연구소)의 이른바 「2단계이론설」이 주목거리가 됐다.
야촌 교수는 이 이론을 바로 지난 7월 「콜로라도」에서 열린 「리보솜」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것인데 22일 동경학회의 「유전생화학과 단백질합성」 분과회에서 「오초아」 박사가 『나의 실험결과로도 야촌 교수의 이론이 실증되었다』고 발표함으로써 이를 뒷받침한 것이다.
야촌 교수는 「리보솜」은 처음엔 「머리」와 「몸」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먼저 「다리」 부분이 m-RNA에 붙어 DNA로부터 모사한 유전암호를 어디서부터 읽기 시작하느냐(이니시에이션)를 결정하고 다음 「몸」 부분이 「머리」 부분에 붙음으로써 유전암호가 차례로 해독되어 이 암호해석대로 「아미노」산이 배열되어 단백질 구조가 이룩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생체고분자합성의 최근의 중심과제는 유전정보의 해독개시(이니시에이션)와 종료(터미내이션)의 해명에 있었기 때문에 「오초아」 박사의 실증적 뒷받침을 얻은 「야촌 이론」은 단백질 합성의 「메커니즘」을 더욱 정밀히 파헤치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