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높여 직장 유리 벽 깨자" 여성 MBA 수강 해마다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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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문대학원(MBA)이 여성의 사회 진출과 활약을 높이는 교두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유리 벽을 깨고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갖추기 위해 MBA를 수강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마케팅을 펼치는 데 있어 여성의 섬세한 안목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력 5~10년차 직무능력 강화 목적

MBA를 수강하는 여성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개년(2010~2012년) 동안 MBA 여학생 비율을 살펴보면 고려대의 경우 23%, 24%, 28%로, 한국외국어대는 34%, 47%, 49%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종대도 2011년 23.2%, 2012년 25.2%, 올해 1학기 28.2%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대는 13%, 24%, 17%로 평균 18%를, 한양대는 28.1%, 26.2%, 28.1%로 평균 27.5%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학 분야에 관심이 적은 여성들이 MBA를 수강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외국어대 조남신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사회와 직장의 유리 벽을 깨고 취업과 직무능력 면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로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A 수강 여성들의 경력을 분석해보면 성균관대 EMBA(지원자격이 경력 만 3년 이상 필수)의 경우 직장 경력은 5~10년(42%)이 가장 많았으며 3~5년(30%), 10~15년(20%), 15~20년(5%), 20~25년(3%) 순이었다. 이들의 업종별 분포는 국내 기업(비금융) 40%, 외국계 기업(비금융) 28%, 금융업 13%, 공사·공단 7%, 공무원 4%, 법조인 3% 순으로 나타났다. 직급은 대리부터 대표까지 다양했다. 세종대 2013학년도 1학기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의 연령도 보면 20대에서는 28세와 29세가, 30대에선 33세와 36~39세가 다수를 차지했다. 즉, 경력 3~5년과 10~15년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균관대 최종범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여성들은 직장 재직자가 많은 편”이라며 “따라서 이직이나 창업보다는 이력 보완, 직장 내 승진, 직무교육 등 업무 역량을 높이려는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유은경(왼쪽)씨와 이지혜씨가 증권 시황판을 배경으로 MBA를 통해 갖추게 된 여성의 경쟁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소비변화 파악에 여성의 감성이 효과

MBA를 밟는 여성의 증가엔 마케팅 변화도 한 몫 한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마케팅, 공익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는 1대 1 개별 상담·관리 등이 요즘 시장에서 강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여성들의 섬세하고 꼼꼼한 성향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 변화를 정확하게 잡아내는데 보다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 MBA를 마치는 유은경(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강남역지점 VIP자산관리 PB팀장·44)씨는 여성의 특성을 잘 접목할 수 있는 MBA 과목으로 소비자행동론과 조직행동론을 꼽았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는 여성의 감각이 마케팅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과 일의 조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고객과의 소통 등을 중시하는 사회 변화에 발맞춰 고객만족도나 기업의 사회공헌 등이 여성의 능력이 특화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8월 MBA를 마친 이지혜(KDB대우증권 가산지점 고객지원팀장·31)씨는 고객지원팀장이 된 뒤부터 고객 응대 전략에 관심이 커졌다. 그전까진 주어진 업무 처리에만 급급했는데 MBA를 마친 뒤부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인접부서와의 연계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MBA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경영사례를 토론하면서 기르게 된 능력”이라며 “고객심리 분석에 MBA를 공부한 여성의 감각을 활용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메이드 이유식을 제조하는 윤미옥(베베쿡 대표·43)씨도 “엄마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데 물질적 요소만큼 감성과 소통도 큰 작용을 한다”며 “이를 반영해 직원들과 새로운 CI를 만드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박해철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여성만의 특성을 활용하면 효과가 높은 분야로 소비심리 분석과 인력 관리를 꼽았다. “여성의 감수성이 소비자 기호와 시장 분위기의 변화를 재빠르게 인지하는데 더 능하다”며 “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직원별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여성의 소통능력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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