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20엔 될 수도 … 일본, 양적완화만으론 경기회복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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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23일 열린 ‘박근혜?아베?시진핑의 동북아시아: 이제는 경제다’ 국제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허판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및정치연구소 부소장, 가와이 마사히로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장, 이홍구 중앙일보 고문. [김성룡 기자]

니어재단과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가 23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으로 ‘박근혜·아베·시진핑의 동북아시아: 이제는 경제다’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올해 취임한 세 나라 리더들이 지역 평화와 번영을 이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본지는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 중 가와이 마사히로(河合正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장과 허판(何帆)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 연구소 부소장을 인터뷰했다.

가와이 소장은 동아시아 경제통합론자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양적완화(QE)만으론 일본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개혁을 통해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대체 엔화 값이 어디까지 떨어질까.

 “경제 분석가라도 참 예측하기 어려운 게 환율이다. 최근 몇 년 새 미국 달러와 견준 엔화 가격은 75~120엔 사이에서 출렁거렸다. 엔화 값이 머지않아 120엔 선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까.

 “현재 일본의 실물 경제가 강하지 않다.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오랜 기간 시달려 왔다. 아베 총리의 양적완화가 아니더라도 펀더멘털 측면에 비춰 엔화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면 엔화 값은 다시 강해질 것이다.”

 -양적완화만으로 일본이 침체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양적 완화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연 2% 정도 물가상승은 경제 회복의 전제조건일 뿐이다. 실물 부문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

 “일본의 실물 경제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내수를 키워야 하지만 인구는 줄고 있다. 고령화까지 급속히 진행하면서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다. 이를 타개하려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한중일자유무역협정(CJKFTA) 등을 체결해 시장을 개방하는 동시에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FTA를 선호하지 않았다.

 “맞다. 하지만 이제 일본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FTA를 해야 하며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농민들이 FTA를 반대하고 있기는 하다.”

 가와이 소장은 2001~2003년까지 일본 재무부에서 국제금융 담당 부장관과 정책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일본 등의 양적완화가 일으킬 수 있는 핫머니의 이상 흐름을 제대로 짚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엔저 가 위기를 일으킬 것이란 경고도 있다.

 “꼭 엔저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 양적완화 국가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한국과 신흥시장 등으로 몰려들어 국지 버블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다. 한국은 2007~2008년에도 은행들이 해외차입을 늘렸다가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다.”

 -한국 같은 이웃 나라는 엔저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 경제는 요즘 경제가 활기를 잃고 있다. 이런 때 환율보다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초점을 맞춰 경제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자산시장 버블이나 인플레이션 악화 등이 없다면 통화완화(기준금리 인하 등)를 해볼 수 있다.”

 -자산 버블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이미 동남아 몇몇 나라들은 일본 등으로부터 핫머니 유입에 대응하고 있다. 자국 은행의 과도한 대출을 막기 시작한 것이다. 신용버블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국 등도 금융시장 감시·감독을 강화해 자산과 신용의 버블을 막아야 한다.”

글=강남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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