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육교부금법의 개정건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문교정책에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 원칙들이 함께 병존하여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키는 예가 허다하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의무교육의 확대방침과 이른바 수익자 부담원칙의 상충으로 인한 문교행정의 위신실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헌법과 교육법의 시행에 따라 모든 국민이 최소한 6개년의 무상의무교육을 받게 된지는 벌써 20년이 가까워 온다. 그리고 이와같은 의무교육의 확대원칙은 최근에 이르러 그 연한을 9개년으로 연장 실시하겠다는 정부방침으로 더욱 굳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20년간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의무교육이 사실상 무상의무교육의 통념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이었음은 천하주지의 사실이다.
선진제국에서 처럼 전 아동들에 대한 수업료·입학금의 면제는 물론, 교과서의 무상배부, 무료급식까지를 바랄 수는 없다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무교육이 진실로 의무교육답게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요청은 전 아동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 및 교사의 확보대책수립과 기성회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징수하던 각종 잡부금을 근절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을 줄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와같은 최소한도의 요청마저를 번번이 외면해온 것이 다름 아닌 이른바 수익자부담원칙의 어설픈 교육재정 면에의 적용이었음은 이것 역시 주지된 사실이라 하겠다.
작년에 정부는 의무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악하여 종래 소득세 및 입장세 중 50%의 교부율을 40%로 인하한 바 있었거니와, 현재 심의 중에 있는 68연도 정부예산안에 의하면 신년도에 실시될 교육공무원봉급인상재원을 마련키 위해 정부는 또다시 중·고등학교 공납금을 32% 인상하는 등 다시 한번 그 편리한 수익자부담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의 이와같은 움직임은 의무교육의 실시계획을 완전히 무색케 하는 것일 뿐더러, 당국의 이른바 의무교육완성 9개년 계획과도 거리가 먼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세수입의 전면적인 증대로 전기한 교부율에 의한 의무교육 재정수입금이 비록 숫자상으로는 내년도에 비현년도 약 43억의 증수를 기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의무교육의 위기를 조금도 완화시키지 못할 것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왜냐하면 이 정도의 재원으로는 약 9만명의 초등교원에 대한 25%의 처우개선 비 및 아동수 자연증가에 따르는 제반경비증가를 간신히 메울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의무교육운영을 위하여 최소한의 요청이라 할 수 있는 교실 난의 해소, 교재연구비의 지급, 신설학교에 대한 제반시설비, 증가추세에 있는 사립 국민교에 대한 국가적 보상대책 등은 전혀 엄두도 못낼 것을 우리는 걱정한다.
한편 중등교육비에 관하여서는, 현재 시행 중에 있는 교원봉급의 반액부담(서울·부산 제외)과 수용비 보조를 합하여 국고는 전체 소요경비 약 45억원중 고작 15억3천만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불과한데, 그 나머지 재원인 지방교육세의 세원인 약·탁주세 등의 증수가능성이 희박한 오늘의 실정 하에서는 교원봉급의 전액을 국고가 부담하는 조치가 없는 한 내년 이후 우리의 중등교육은 심한 재정적 위기를 면키 어려울 것이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난 22일 대한교련 당국이 제출한 의무교육 및 중등교육재정확보를 위한 교부금법개정 등 건의에 대하여 찬의를 보내면서 우리의 당면 문교정책에 내포된 서상과 같은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단호히 제거하는 조치가 있기는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