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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식탐은 마약과 같다…비만의 뿌리는 '미각 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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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요즘 1일 1식, 1일 5식, 간헐적 단식 등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전의 다이어트 방식들이 새로운 식단을 개발하고 신경 써서 새로운 것을 구입해야 하는 방법이었다면 작금의 다이어트 논의는 횟수나 단식의 개념 재구성 등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여 일견 새롭기도 하고 지금의 불황을 반영한 트렌드적 요소도 보인다.

1식 다이어트는 대단한 인내력과 장기간의 적응노력을 요한다. 3식에 적응되어 있는 사람들이 1식으로 전환하면 반동폭식욕구가 생기거나 저장하여 생존하려는 본능으로 쉽게 살찌는 몸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도를 달리 생각해보면 3식을 하면서도 살을 못 빼는 근본적인 이유는 보다 배불리 먹고자 하는 욕구가 자리잡고 있고, 그것이 반복경험을 통해 중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미각 중독 치료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비만치료라고 정의한다. 왜냐하면 모든 비만은 자신의 몸이 요구하는 정량보다 더 먹기를 선호하고 그것을 습관화시키는 탐식본능에서 오는데 그것의 뿌리가 입맛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미각 중독은 음식의 자극적인 맛에 대해서 탐닉하고 다른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다. 세가지 특징으로 맛 의존, 맛 금단, 맛 내성을 가지는데 특정 맛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여 반복 섭취하고 해당 음식이 일정 기간 이상 제공되지 않으면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불쾌감과 기분 저하를 느끼며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기존의 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채 더욱 강하고 센 맛을 찾게 되는 것이다. 미각 중독을 일으키는 맛은 혀의 미뢰를 자극하고 대뇌 변연계에 깊은 각인을 남길 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인 것이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미각 중독을 유발하는 맛이 단맛, 짠맛 그리고 고소한 맛이다. 단맛이나 짠맛, 고소한 맛을 가지면서 먹는 사람들이 그 음식에 대해 중독되게끔 하는 음식을 그 사람의 탐닉 음식이라고 한다.

2004년 뉴욕 Brookhaven 국립연구소 Wang 박사 연구팀은 PET 전산화 촬영을 이용하여 비만인과 마약 중독자의 대뇌 호르몬 전달 체계를 비교하였다. 두 군의 대뇌영상 모두 동일하게 선조체 도파민 D2 수용체 (striatal dopamine D2 receptor) 의 숫자가 감소하여 있어 물질이나 약물에 대한 강박적 탐닉을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정 맛에 대한 탐닉이 강한 사람은 뇌의 보상회로가 점점 마약 중독자를 닮아간다는 것이다. 즉 비만인에게 음식은 마약처럼 작동되었던 것이다.

미각 중독이 비만으로 전환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식욕구를 상승시킨다.
대표적 탐닉음식인 패스트푸드의 단맛, 짠맛, 고소한 맛 등은 미각 중독을 일으켜 본인의 적정량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게끔 한다

편식을 부추킨다
편식은 채소나 물 등의 건강음식이 탐닉 음식보다 맛의 만족감이 떨어져서 거부하는 경우와 함께, 먹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탐닉 음식을 더 먹기 위해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특정 음식에 대한 거부는 탐닉음식에 대한 무조건 수용으로 나타난다.

빨리 먹게 만든다
빠르게 먹을수록 비만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대뇌의 도파민 수용체는 급속한 만족을 요구하므로 미각 중독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빨리 먹는다. 문제는 빨리 먹으면 렙틴이 관여하는 포만 중추가 항상 만족의 기회를 박탈당하므로 항상 배고픈 욕구불만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정서를 불안정하게 하고 폭식본능을 부추킨다
혈당롤링 현상은 단맛 중독의 대표적인 신체반응기전이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이나 탄수화물을 단기간에 과량 섭취하면 이를 대사시킬 인슐린 호르몬이 다량 분비된다. 과다 분비된 인슐린으로 신체는 일시적인 저혈당 상태에 빠진다. 저혈당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야기한다. 저혈당은 다시 탄수화물 갈구 현상을 야기하여 탄수화물 폭식을 부추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한 미각 중독은 대체로 치료하기 힘든 난치 중독이 아닌가?
하지만 다른 중독들과 달리 미각 중독은 1-2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도 본인이 결심하고 제대로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 가역적인 상태임을 명심하고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훈련을 지속해보자.

●입맛 훈련으로 미각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음식에 대한 생각을 고치자 본인의 탐닉 음식이 입만 즐거운 중독적 음식인지 영양까지 겸비된 건강식인지를 생각한다.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입맛도 바뀐다. 탐닉 음식을 먹을 때는 한 번 더 버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건강음식부터 먼저 먹는다. 탐닉음식대신 순서를 바꾸어 젓가락을 먼저 샐러드나 나물 등의 입맛 인내심을 길러주는 섬유질부터 먹도록 한다.

입맛을 소독한다 식사를 한 뒤는 음료수를 마시더라도 양치질로 치아와 혓바닥까지 닦아낸다. 입 안이 심심할 때마다 물을 마시고, 커피를 마신 뒤에는 반드시 물 2컵으로 보상한다. 씹는 자극이 필요할 때는 단맛이 없는 채소나 무가당 껌을 선택한다.

안 보이면 중독은 약해진다. 커피 중독이라면 기간을 정해놓고 5일간 커피를 먹지 않는 식이다. 음식의 풍미를 느끼도록 조리단계에서 신경을 쓴다. 조리 단계에서 간을 약하게 하는 대신 국이나 찌개에 들어가는 채소를 2배로 늘린다. 국물은 먹지 않고 김치나 깍두기는 물에 씻어 먹는다.

최고의 입맛 치료제는 운동. 운동은 탐닉음식을 통해서 주로 제공되던 도파민 효과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조정함으로써 미각 중독에 대한 통제력을 높인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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