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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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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만11개월 동안 백마부대를 이끌고 월남에서 전선 없는 전쟁터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나는 일찍이 국내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느꼈고 또 실전을 통한 경험도 많이 쌓았으며 월남 평정계획에 참여하여 전쟁에 지친 국민들이 정말 아쉬워하는 것이 무엇이란 것도 알게되었다.
우리(백마부대)가 월남에 도착한 것은 66년 8월 하순. 내가 사단사령부와 함께 도착한 것은 10월초, 겨울이 없는 나라이기에 날씨는 몹시 무더웠다.
도착직후 현지기후와 지형 적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약 1개월 동안 현지훈련을 겸한 정비를 바친 다음 곧 제1차 도깨비작전을 벌여 초 전에 큰 개가를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적군은 물론 우방 군들까지도 먼저 온 맹호·청룡은 선발대니까 싸움을 잘하지만 백마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백마가 초 전에서 대전과를 올리자 모두를 놀랐다.
그로부터 약1개월 뒤 우리는 「불도저」작전을 전개했는데 이때는 무력보다 심리전으로 평정해야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포를 쏘지 않고 주민을 상하지 않으며 재산의 피해 없이 적을 뿌리뽑는 이른바 「착한 싸움」을 벌여봤다.
이 작전 또한 성공리에 끝나자 월남인은 우리를 한층 더 믿게되고 적은 우리를 더욱 무서워 하게됐다.
이때부터 월남국민들이 우리를 신뢰하게되고 심지어 「베트콩」이 은닉해둔 무기와 탄약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해왔다.
「불도저」작전이 끝난 뒤 우리들의 수확은 사살이나 노획에 그친 게 아니라 우리의 전 휴전선보다 더 긴 1번 도로(1백70마일)를 개통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비마, 군마, 역마 작전을 비롯하여 백마, 마두, 오작교, 홍길동 작전 등 우리가 거둔 전과는 컸고 마침내는 전 해안선을 따른 평야지대를 완전히 지배하게 됐다.
이렇게 우리들이 연전연승하게되는 힘의 원동력은 국민의 열렬한 뒷받침에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전선에서 장병이 다소 사기가 저하될 때면 나는 우리가 떠날 때 국민들이 열렬히 환송해주던 그 장면의 「뉴스」를 다시 상영해주곤 했다. 그러면 장병은 또다시 사기가 돋고 국민들께 보답하는 길은 곧 우리가 개선하는 길뿐이란 걸 모두가 명심하게되곤 했다.
그밖에 나는 민사심리전을 많이 활용했다. 무력과 심리전을 적당히 조화시켜 적을 무찌르고 주민을 포섭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가난한 국민은 구호를 원한다. 우리는 1년 동안 20만 명의 환자를 치료해줬고 약과 피복을 나눠주었다. 경로회를 만들어 노인을 위안하고 훌륭한 어머니를 골라 표창도 했으며 학교와 교량 이발소등 수많은 공공시설도 그들에게 지어주었다.
수리사업이 잘 안된 곳엔 「댐」도 만들어주었으며 틈틈이 농사일도 도와주었다. 이렇게 해서 월남인에게 한국군은 진정으로 월남을 도우러왔다는 인식을 뿌리깊게 심어놓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조국에 다시 돌아와서 조국과 국기에 대한 사랑을 재인식하게 됐다. 이국하늘에서 나부끼는 태극기를 볼 때마다 국경일 날 조차 국기를 제대로 안 달던 우리국민들의 조국과 국기에 대한 무관심이 원망스럽게 여겨졌다.
또 남을 도와주면서 느끼는 기쁨을 맛보았다. 늘 남에게 도움을 받아만 보던 우리가 남을 도와준다는 게 얼마나 거룩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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