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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조정래·노라노 … 그림 솜씨도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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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설가 조정래가 자신의 화첩에 넣은 태백산맥 수묵화(위쪽). 아래쪽은 화가 김병종(서울대 교수)의 자화상과 단아미보(旦兒微譜)란 글귀. ‘아침의 아이’란 뜻의 단아는 그의 아호다. [사진 영인문학관]

시와 그림과 글, 자화상과 좌우명까지…. 문인과 화가가 만든 화첩 속 자신의 프로필은 다채로웠다.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이 26일부터 6월16일까지 여는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문인·화가 서화첩展’에 나오는 화첩은 예술가 89명의 숨어 있는 재주를 한 눈에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화첩은 시(詩)·서(書)·화(畵)가 결합된 형태로 예술가의 최고 작품을 담는 장이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화첩도 마찬가지다. 소설가 윤후명은 자신의 화첩에서 뛰어난 그림 솜씨를 드러냈다. 소설가 정연희와 시인 문덕수도 발군의 그림 솜씨를 뽐냈다.

 소설가 조정래는 태백산맥 문학관 벽면에 쓰인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문구, 박재동 화백이 그린 캐리커처와 함께 태백산맥을 그린 수묵화를 화첩에 담았다. 문학평론가 김화영은 말라르메의 시와 두보(杜甫)의 시를 병렬했고, 디자이너 노라노는 자신의 패션 스타일화로 화첩을 만들었다. 또 이종상 화백은 지두(指頭) 작업으로 그린 네 폭의 그림으로, 시인인 이해인 수녀는 소녀와 같은 발랄함이 느껴지는 글과 그림으로 화첩을 엮었다.

 화첩에는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도 담겼다. 화가 김병종은 뱀띠인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귀여운 뱀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다독가인 자신이 소설 쓰는 여자와 한집 살림을 하다 보니 엄청나게 쌓이는 책이 참으로 난감하다며 ‘책(冊)’이란 한자와 책을 한 폭에 담은 그림도 그렸다.

 서예가 김병기 선생은 세상을 떠난 선친의 애송시를 서첩에 옮기며 슬픔을 달래기도 했다. 극작가 신봉승의 화첩에는 16살 손녀가 그린 초상화가 실렸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소설가 김지원의 동생인 소설가 김채원은 벽에 기대우는 자화상 6폭을 화첩에 담았다.

 강인숙 관장은 “서화첩은 예술을 함께 논하고 싶은 감식안을 가진 지기(知己)를 대접할 때만 펼쳐 놓고 즐기는 귀중한 예술품”이라며 “특히 이번 화첩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정리할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했다. 또한 육필로 작성해 개성이 드러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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