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 두 번 서면, 한 번은 1루 밟는 추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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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추신수가 21일과 22일(한국시간) 두 경기 12차례 타석에서 11번이나 출루했다. 메이저리그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추신수가 지난 2일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신시내티 로이터=뉴시스]

메이저리그 구단 신시내티 레즈(Reds)는 1970년대 ‘빅 레드 머신’으로 유명했다. 기계처럼 정확한 타격을 자랑한 신시내티 타선에 붙은 애칭이었다. 피트 로즈·조 모건·켄 그리피 등 당대 최고 타자들이 기계처럼 타격했다.

 2013년 신시내티에는 ‘출루 기계’ 추신수(31)가 등장했다. 지난겨울 클리블랜드에서 이적한 추신수는 타석에 들어서면 절반 이상 1루를 밟는다. 22일(한국시간) 출루율 0.523으로 메이저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5할 이상의 출루율을 올리고 있는 선수는 추신수를 포함해 조이 보토(신시내티), 랜스 버크먼(텍사스)밖에 없다.

 지난 주말 추신수는 기계처럼 정확하게 1루를 밟았다. 22일 마이애미전에서 2타수 2안타·1볼넷·2사구(死球)를 기록하며 다섯 차례 타석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전날 마이애미전에서는 4타수 3안타·3볼넷으로 무려 여섯 차례나 나갔다. 두 경기 12타석에서 11번이나 출루한 것이다. 그는 개막 이후 18경기 연속 출루 행진 중이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주로 3번 타자로 활약했다. 볼넷을 얻기보다는 득점타를 때리려는 성향이 강했다. 가장 높은 출루율은 2010년 기록한 0.401이었다. 신시내티는 추신수를 1번으로 기용하고 있다. 역할이 달라지자 타격도 달라졌다. 클리블랜드와 달리 신시내티에는 보토, 브랜든 필립스, 제이 브루스 등 강타자가 많다. 이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게 추신수의 역할이다.

 이 때문에 추신수는 타석에 바짝 붙어 볼넷을 고르고, 몸맞는공도 피하지 않는다. 올 시즌 그가 맞은 사구 9개는 메이저리그 1위 기록이다. 2011년 사구를 맞고 엄지가 부러졌던 추신수는 “몸맞는공도 경기의 일부다. 지금의 타격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추신수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추신수의 2013년 연봉은 737만 달러(약 82억원)다. 그는 내셔널리그 타율 3위(0.382), 최다안타 1위(26개)에 올라 있다. 홈런은 3개, 장타율은 0.632다. 여기에 ‘출루 기계’로서 역량까지 보여주고 있기에 FA 시장의 반응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추신수가 총액 1억 달러(약 1120억원)가 넘는 다년 계약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지금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볼넷과 사구는 내년엔 엄청난 달러로 바뀔 것이 확실하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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