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한국인|4·5년에 이룩한 그들의 기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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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민의 나라 「브라질」에서 한국민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있나? 「포르투갈」이 4백년 전,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90년 전, 독일과 유태인이 70년 전, 일본과 중국이 60년 전인데 비해 한국 이민의 역사는 겨우 4, 5년에 불과하다. 조약이나 차관, 기타 형식으로 설립·운영되는 기업체는 제외하고 각국 이민들이 순전히 자수로 이룩해놓은 성과를 살펴보면 경제력으론 「이탈리아」와 유태계가 단연 우위이고 「포르투갈」이 정치·군사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계가 역시 공업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있다.

<◇…활발한 일계 외교>
우리가 크게 주목할 것은 일본계의 농사 개척과 함께 외교 면의 활약이다. 「브라질」대통령 「코스다·실바」가 지난 4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직전 2주간 동안 일본을 방문했고 그후 계속 장관·지사들이 시찰여행을 하는가 하면 일본의 재벌들과 대기업 가들이 뻔질나게 「브라질」을 다녀갔으며 각종 「스포츠」·예술 등 무수한 친선사절단의 왕래가 빈번했다.
심지어 경마와 기수를 앞세우고 오기도 했다. 이렇게 국교와 친선에 혈안이 된 일본은 5월 하순 황태자를 친선사절로 보내기까지 됐다. 「메이드인 재팬」상품이 도처에 범람하여 정치·경제·외교·문화·교육 각 방면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국 이민들의 대성은 물론 오랜 역사와 함께 많은 파란곡절을 겪은 후에 이룩된 것이다. 한국의 이민은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갓낳은 영아와 같다.

<◇…타민족과 나란히>
·집을 팔고 소유품을 처분하였다해도 이민수속·여비·선임 등으로 소비해버리고 대부분 적수공권으로 온 한국인들은 간혹 각오와 결심이 없어 생활에 허덕이는 자들도 있고 또한 활동능력이 없고 이곳 풍토에 적응치 못해 어린 처자식을 데리고 귀국한 동료들도 없지 않았지만, 결코 다른 민족에 뒤지지 않고 착실히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약 5백가구에 2천5백여명의 한국인들은 대다수가 「상·파울루」시와 근교에 거주하면서 각종 사업에 착착 진출하고 있는데 아직은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철공가에 침투도>
이민 2년도 못되어 자습으로 남미 최대 최고의 대학 「상파울루」공대에 합격한 김군, 8개월간 공부하여 「브라질」어로 선진 8개국의 아동들을 보육하는 교사 최양, 현재 20대의 선반과 최신 기계로 각종 기계제품을 제작하는 기계공작소 주인 이씨, 이민 2년만에 철공소로 유명한 「두스베트르」가에 뚫고 들어가 사업을 하는 강씨 등 두각을 나타내는 교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남미 최대의 양계 왕이 된 김씨는 우리교포의 자랑이다. 물론 시대적 발달로 60년 전과 현재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각국 민족 중 가장 번영한 일본을 5백가구 단위로 한국인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이 도시될 정도로 한국교포들의 발전상은 놀랍다. <상·파울루=최공필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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