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2주년 미국 - 이라크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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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더 강경해진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갈수록 강경하다. 이라크 전쟁에서 큰 곤욕을 치렀으니 집권 2기에는 가능하면 유화정책을 펴지 않겠느냐던 예상은 빗나갈 공산이 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을 정당화의 수준을 넘어서 찬양하는 단계로까지 밀고 나갔다. 이라크전 2주년을 맞아 19일 미 전역에 방송된 라디오 주례 연설을 통해서다. 또 전 세계의 독재국가들에서 자유를 확산시키기 위해 미국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선제공격론 다시 강조=부시 대통령은 "9.11을 통해 우리는 달리 생각하게 됐다"면서 "미국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거기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위 말하는 선제공격론(Pre-emption)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을 통해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됐는지도 길게 나열했다. 우선 "미국이 행동했기 때문에 이라크는 더 이상 세계와 다른 나라에 위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라크 국민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전쟁은) 이라크의 발전과 정치적 자유를 향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자부했다.

◆ 자유 밀어붙이기=2기 취임식에서 나왔던 '자유의 확산' 개념이 더욱 강조된 형태로 재등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자유의 불(Fire of Liberty)만이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살인의 이데올로기(Ideologies of Murder)를 일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광범한 중동지역에서 희망의 신호를 보고 있다"면서 이라크와 함께 아프가니스탄.레바논.팔레스타인.이란 등의 상황을 예시했다. 이런 지역에서 소위 말하는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고, 이는 '자유의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의) 최근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 줬다"면서 "미국의 자유는 다른 (독재)국가에서의 자유의 승리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국을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들에 자유가 확산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행동한 덕분에 이라크에서 자유는 뿌리를 내리고 미국은 더 안전해졌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결론이다. 이는 북한 등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향후 대응책이 어떤 것일지를 암시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kimchy@joongang.co.kr>

*** 명암 갈린 이라크

▶ 한 이라크 경찰이 20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저항세력의 폭탄 공격으로 유리창이 깨진 순찰차 옆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바스라 AP=연합]

20일로 전쟁 발발 2주년을 맞이한 이라크는 조용하기만 하다. 대규모 반전.반점령 시위도 발생하지 않았다. 점령을 지지하는 집회도 없었다. 그저 '기다림' 속에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 끝이 보이지 않는다="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20일 오전(현지시간) 바그다드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택시기사 무하마드 라티프는 알아라비야 방송에 불평을 토로했다.

그는 매일 기름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석유부국 이라크의 주유소에서는 아직도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저항세력의 산유시설 공격 때문이다. "석유가 나올까봐 밭도 깊게 갈지 못하는 나라에서…." 라티프는 아침마다 화가 난다.

그는 불안한 삶에도 지쳐 있다. 2년 전 바그다드에 입성하는 미군을 환영하면서 흘린 기쁨의 눈물은 이제 완전히 말랐다. "보다 나은 삶을 기대했지만 매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죽음뿐이다." 폭탄테러와 총탄이 난무하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신경쇠약에 걸릴 판이다.

한 달에 100달러도 채 안 되는 수입을 위해 그는 오늘도 죽음의 거리로 나서야 한다.

◆ 이라크는 병자였다=에너지 분야의 기술자인 하미드 발라심은 라티프와는 좀 생각이 다르다. 발라심은 "배불리 먹는 것보다는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AP통신에 19일 말했다. "삶의 본질인 자유를 보자면 사담 후세인 시절보다 100만 배 낫다"는 주장이다.

발라심은 운도 좋았다. 50%가 넘는 실업률 속에서도 안정된 직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기술부에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월급도 200달러로 어렵지만 그럭저럭 삶을 꾸려갈 수 있다.

발라심은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간 문제다. 이라크는 중병에 시달리던 환자였다.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내ㅢㅁ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국민이 뽑은 정부,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언론, 그리고 맘껏 소리를 질러대는 시위대. 아침을 맞이하는 공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발라심은 전쟁 2주년을 맞이한 20일 오전에도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일터로 향한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mirseo@joongang.co.kr>

*** 미 신형 전투 로봇 이라크전 첫 투입

독일 일간 빌트지는 20일 "미국이 이르면 이달 중 전투 로봇(사진) 소즈(SWORDS.사진) 18대를 이라크 전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전에는 이미 무인항공기 포인터 등이 투입돼 작전 중이나 지상군과 교전할 수 있는 로봇이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소즈는 특수병기.관측.수색.탐지 시스템을 뜻하는 영문 머리글자의 조합어다. 탱크를 닮은 소즈의 높이는 1m, 주행속도는 시간당 6.5km다. 가격은 대당 2억원 정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고 돌더미와 철조망까지 통과한다. 몸체에 구경 5.56mm.7.62mm 기관총이 장착돼 있다. 분당 1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데 정확도는 300m 거리의 동전을 맞힐 정도다. 움직일 때 소음이 거의 없어 정찰병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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