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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개 과학영재학교 1차 서류 합격자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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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과학영재학교 입시가 시작됐다. 기존의 경기과고·대구과고·서울과고·한국과학영재학교 4곳과 올해부터 영재학교로 전환한 광주과고·대전과고까지 총 6개 학교가 신입생을 선발한다. 두 학교 신설로 전국 과학영재학교 정원이 480명에서 654명으로 늘었다. 경기과고·대구과고가 1단계 전형인 서류평가 통과자 수를 각각 2000명(기존 1000명)과 1200명(기존 720명)으로 대폭 늘렸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2014학년도 전국 과학영재학교 입학전형을 분석했다.

과학영재학교는 공통적으로 3단계에 걸쳐 신입생을 선발한다. 1단계는 자기소개서·학생부·추천서·영재성 입증자료 등을 평가하는 서류전형이다. 2단계는 영재성 평가로, 수학·과학 관련 지필고사를 치른다. 3단계에선 2~3일 동안 과학캠프를 열어 연구·탐구능력과 수학·과학에 대한 열정, 자질 등을 평가한다. 이 과정이 대략 3개월 걸린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1단계 서류평가 통과자 수가 대폭 늘었다.

 김제년 경기과고 영재선발부장은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2단계 시험 응시 기회를 주도록 방향을 바꿨다”며 “학업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제출서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부 학생을 제외하곤 대부분 2단계에 응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류평가만으로 영재성을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2,3단계 전형에서 보다 면밀하게 수학·과학 분야 우수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과고도 비슷하다. 교육업체인 CMS 평촌지점의 김형준 원감은 “서울과고는 예년부터 2,3단계 평가에 비중을 두던 학교였다”며 “지원자 대부분이 1단계를 통과한다”고 말했다. 2단계 영재성 평가가 합격으로 가는 최대 난관이 될 거란 얘기다.

 2단계 영재성 평가는 수학·과학 지필고사 형식으로 치러진다. 학교마다 문제 유형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중등 심화 과정을 다루면서 논리력·창의력을 묻는 사고력 문항이다.

 서울과고는 지난해 수학·과학·언어·논리 과목 등 객관식으로 구성한 기초 영재성 검사와 수학·과학 서술형 문제를 푸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 평가를 실시했다. 대구과고는 단답형·서술형을 혼합한 수학·과학능력 평가였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경향이다. 올해 첫 신입생을 뽑는 광주과고와 대전과고 역시 중등 심화 과정에 기반한 수학·과학 창의력 평가라는 출제방침은 똑같다.

 하지만 경기과고는 올해부터 2단계 평가가 다소 달라진다. 지난해엔 1교시(수학·과학 객관식 26개 문항)와 2교시(수학·과학 서술형 8문항) 모두 수학·과학을 동시에 치렀지만 올해는 1교시엔 수학, 2교시엔 과학으로 나눠 시험을 치른다. 김제년 경기과고 부장은 “수학·과학을 한 교시에 함께 보니 어려운 수학 문제는 포기하고 과학 문제만 집중해 총점을 올리는 식으로 요령을 피우는 학생이 많았다”며 시험 방법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수학·과학 시험이 분리되는 만큼 과학뿐 아니라 수학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고난도 사고력 문항을 풀기 위해선 평소 수학·과학 공부를 할 때 답 맞히는 데 급급하지 말고 풀이 과정을 정확하게 서술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서술형 문제는 답을 이끌어 내는 과정의 정확함과 논리력을 평가한다”며 “지금까지 풀었던 고난도 문제를 여러 차례 정확하게 다시 서술해 보라”고 말했다.

 서술형 문제뿐 아니라 경기과고의 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풀 때도 이런 공부법이 필요하다. 선다형 문제란 2~3개의 복수 정답을 맞히는 걸 말한다. 예컨대 1,2,4번이 정답인데 1,2,3번을 답으로 골랐다면 감점 또는 0점 처리된다. 이런 문제는 풀이 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답을 고르기 힘들다. 임 대표는 “선다형 문제에서 낭패를 본 학생이 많다”며 “평소 문제를 풀 때 객관식 문제도 서술형 문제처럼 풀이 과정을 직접 써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고 말했다.

 김형준 원감은 “학교별로 난이도를 구분해 보면 서울과고가 가장 어렵고,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창의력 평가 위주라 비교적 쉬운 편”이라며 “수학에선 기하·조합의 출제비율이 높고 과학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개념의 적용을 묻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2단계를 통과하면 학교별로 최종합격자 수의 1.3~2배수가 3단계인 창의과학캠프에 참가한다. 지금까지 진행한 과학캠프를 살펴보면 수학·과학 구술면접, 과학실험 수행, 연구·실험 설계, 조별 토론과 발표, 과학 에세이 작성 등 다양한 평가가 이뤄진다. 연구·실험 설계는 특정 주제에 대해 할 수 있는 실험을 기획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탐구능력과 과제 집착력, 과학자로서의 자질을 평가한다.

경기과고의 실험 실습 수업 장면

 예컨대 지난해 경기과고에선 달걀·나무젓가락·빨대·수수깡·고무줄·투명테이프를 재료로 제시한 뒤 달걀에 관한 실험을 기획하라고 요구했다. 임 대표는 “연구·실험 설계는 예상 결과는 물론 오차 발생의 경우와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대비책까지 제시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별 토론과 발표는 수학·과학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쟁점을 토론주제로 던진다. 지난해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여름 실내 냉방온도를 섭씨 26도로 권장한 배경과 우리나라의 전력문제’를 토론에 부쳤다. 또 서울과고는 ‘도로 확장을 위한 개천 복개공사와 자연환경’에 대해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김동훈 한국과학영재학교 선임입학담당관은 “토론 과정에서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지식을 나열한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며 “자신 있고 정확하게 논리와 근거를 밝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현진 기자

대구과고의 학교 전경

◆과학영재학교는 과학영재학교는 수학·과학 분야 영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한 특수학교다. 중학교 재학생 또는 졸업자격을 갖춘 학생이라면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전국에 6개교(경기과고·광주과고·대구과고·대전과고·서울과고·한국과학영재학교)가 있다. 광주과고·대전과고는 올해 특목고(과학고등학교)에서 영재학교로 전환해 내년에 첫 신입생을 받는다. 학교별 입학정원은 100명 안팎이다. 영재학교는 과학고와 달리 영재교육진흥법을 적용받아 학교가 교과 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무학년 졸업학점제, 속진과 심화를 위한 제도, 다양한 선택심화 과정, R&E(Research & Education, 대학·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프로그램 등 수학·과학 영재 양성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지난해 4개 학교였을 때 학교별 경쟁률은 16대 1~19대 1로 높았다. 과학영재학교 입시에 탈락해도 자율형 사립고나 과학고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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