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압박 브라질·인도 대신 회복 기미 보이는 미국·일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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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의 글로벌 경기회복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신흥국이 주도하지 않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금으로선 신흥국 투자를 고집할 이유가 적다.”(베어링자산배분 대표 퍼시벌 스태니언)

 글로벌 증시의 관심이 빠르게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진한 중국과 한국 증시와는 달리 미국·일본 시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세계적 금융회사인 베어링은 전략적 정책그룹(Strategic Policy Group) 의장인 퍼시벌 스태니언 명의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가장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주식을 꼽았다.

이런 낙관론의 근거는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다. 베어링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 경제는 연 3% 정도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 상반기 증세와 재정지출 감축이 부담이지만 주택시장 회복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는 만큼 설사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주식이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라는 논리다.

 지역별로는 영국과 일본이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혔다.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처럼 영국 정부도 경기 부양 의지가 확고하다. 이 때문에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고, 이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얻는 영국 기업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정책 리스크로 인한 중국의 경기 둔화 압력으로 다른 신흥국이나 호주 등 천연자원 생산국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더구나 브라질·인도 등 주요 신흥국들이 인플레 압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투자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경기회복을 근거로 한 이런 낙관론은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등으로 인해 미국 경기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 포지션은 4주 연속 늘어나 253억 달러(약 28조3700억원)를 기록했다. 더구나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영향으로 엔캐리가 가속화되면서 주식보다는 오히려 전 세계 채권 시장이 랠리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금리 지수는 일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10일 역대 최저인 5.39%까지 떨어졌다(채권값 상승).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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