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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재 대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알맞은 기후·풍토로 천혜의 농업국임을 자랑해온 우리나라는 근년에 이르러, 특히 8·15해방 이후부터는 거듭되는 남·도벌 등으로 산림이 황폐해지면서 해마다 가뭄소동과 물난리를 연례행사처럼 겪고있다.
올해에도 벌써 석달 째 계속된 가뭄은 수력발전소의 「댐」을 바닥나게 하여 중요산업기관을 마비케 하고, TV방송까지 중단케 하는 사태를 빚어냈거니와, 강우전선의 접근과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는 벌써부터 금시에 들어 닥칠 물난리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한해대책본부가 광주·대구 등지로 자리를 전전하면서 허둥지둥 가뭄대책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해지는 한편에서는 소량의 강우량이 곧장 하천·교량의 유실, 하수구의 매몰 등 사태를 야기 시켜 한해대책본부의 간판을 허겁지겁 수해대책본부로 바꿔 다는 등「난센스」를 빚어내고 있음은 결코 웃고만 넘길 일이 아니라 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한해·풍수해 등으로 인하여 해마다 1천명에 가까운 인명피해와 15만명이 넘는 이재민, 그리고 평균 백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고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와 같은 재해는 이른바 천재지변에 속하는 자연의 행패라고도 볼 수 있으나 그것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정례행사라는 점에서는 결코 수수방관하고 앉아서 그 엄청난 피해를 운명적으로 감수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물론 기존 수방 시설의 개량과 하천 개수를 위해 정부가 상당한 유의를 하고 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제1차 5개년 계획사업에도 이 목적을 위하여 약 22억원의 자금이 배정됐던 것이지만, 그 자금집행이나 예정된 계획사업의 진척율은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심히 부진하여, 전체적으로 목표달성이 아직도 요원한 실정에 있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수방 시설 개량사업은 매년 최소한 4억원의 자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투자액은 겨우 1억원에 그치고있어 연평균 31억원에 달하는 홍수피해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강물에 모래를 끼얹는 격의 헛수고로 낭비를 일삼고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닐 줄 안다. 이점 정부의 건설사업계획전반과 특히 재해대상을 위한 투자의 집중효과 면에 대해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청되는 일이라 하겠다.
한편 눈앞에 닥쳐온 장마철과 물난리에 대비해서 당국은 지금 국민의 협조를 얻어 유사시에 대처할 만반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대도시에 있어서의 하수시설의 개수, 위험축대 등의 보수철거작업, 그리고 긴급피난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구제대책 등은 지금부터 물샐틈없는 계획수립과 이에 대한 철저한 홍보활동이 지체없이 전개되어야 할 줄 안다.
특히 작년에는 장마철이 닥치기 이전부더 실시하여 큰 성과를 본 전국재해대책협의회의 「재민구호의 달」설정 등 모금운동이 금년에 들어와서는 별로 신통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들리고 있음은 이것 역시 선거열풍의 여파로, 유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관계당국 및 일반국민의 사전준비와 동포애 발휘를 호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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