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구로 두 병원 다 될 줄 확신했죠. 준비된 병원이니까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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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고려대의료원은 개원 이래 유래 없이 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고대안암병원과 고대구로병원 모두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은 것. 이날 격앙된 모습의 보직자들은 반가운 얼굴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기자들의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이 것. “둘 다 될 줄 알았습니까?”였다. 고대의료원은 그 동안 소위 ‘BIG5’에 치여 다분히 저평가된 면이 없지 않았다. 고대병원이, 그것도 두 곳 다 선정되리라고 예상한 외부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김린 의료원장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두 곳 다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고대의료원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연구중심병원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번 연구중심병원 선정을 위해 새롭게 투자한 것이 거의 없을 만큼 이미 연구중심병원으로 체질 변화를 끝냈었다는 게 김 의료원장의 설명이었다.

연구강화 10년, 안암·구로 연구중심병원 동시 선정

고려대의료원은 지난 2005년부터 연구개발 강화를 지향하는 구체적인 비전과 발전전략을 구축했다. 연구개발에 대해 강력한 투자를 진행해 온 것. 여타 의료기관이 규모의 경제를 발전전략으로 내세울 때, 대학병원 본연의 기능인 연구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한 우수 연구인력 양성, 연구중심 조직개편, 기반 인프라 마련에 지속적인 지원을 채널을 구축했다. 김린 의료원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쏟아 붓은 돈을 병상 수를 늘리기 위한 건물 신축에 썼으면 BIG5를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연구분야 투자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말했다.

연구중심의 병원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하에 ‘의과학연구지원센터’를 만들고 장기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하드웨어를 확충하는 한편 대학원 연구전담교수를 의료원 산하 각 병원에 채용했다. 또 병원 임상교수와의 합동 연구를 활성화함으로써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 김린 의무부총장

특히 2011년에는 연구교학처장직을 신설하고 병원별 연구부원장을 임명했다. 부원장 밑에는 직제 및 산하 연구지원팀과 연구관리팀을 신설해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기반을 마련했다. 인력·인프라· 시스템 모든 면에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과 투자를 유지해왔다. 고대안암병원 최재걸 연구부원장은 “고대의료원의 오랜 기간에 걸친 철저하고 세밀한 준비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06년에는 의과대학원 의과학과를 신설했다. 대학원 연구교수 임용을 비롯, 의과대학· 보건과학대학·산하 3개병원의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 하에 우수한 연구인력이 임상경험이 풍부한 병원에 배치돼 연구활성화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연구전담의사 역시 실제 고려대의료원의 진료와 연구를 리드하는 주요 진료과의 시니어급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는 고려대의료원의 실제 연구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김린 의료원장은 “연구중심병원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전제조건인 ‘임상에서의 경험 및 노하우가 연구개발 및 산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달성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젊은 임상의학자 양성을 위해 2011년과 2012년 각각 6명의 의학자를 선발해 ‘vision 2020 인재양성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리고 KU-KIST 융합대학원을 설립해 올해 석사 28명 박사 12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현재 바이오-메드, IT-나노 두 부문에서 임상현장 경험을 하고 있다. 최재걸 연구부원장은 “이처럼 우수 연구인력 양성을 통한 신성장동력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연구중심병원 선정에 큰 밑거름”이라고 설명했다.

770평 규모 국내 최초 습식관리방식 실험동물센터 설립…국제적 연구 공신력도 인정받아

정부는 우리나라를 신약 개발 강대국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가 지역임상시험센터를 선정해 해당 의료기관을 후원하고 있다. 안암병원은 지난 2009년 4월 국가지정 지역임상시험센터에 선정됐다. 또 국제적으로 연구 공신력도 인정받았다. 안암병원 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2010년 11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아시아서태평양 생명의학연구윤리 국제연합(FERCAP)으로부터 생명의학연구윤리 분야 국제인증을 획득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임상시험의 윤리적, 과학적 타당성 심사에서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수행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실험공간 시설 마련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5여년에 걸친 기획과 준공 뒤 2012년 새롭게 완공된 의과대학 본관에는 실험기반 연구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시설은 실험동물센터, BSL3실험실, 중앙실험실이다.

총 770여평 규모의 실험동물센터는 국내최초로 습식관리방식을 도입한 선진 시스템형 시설로, 의학 및 생명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또 고위험병원체연구 활성화를 위해 BSL(Bio Safety Level)3 실험실이 설치됐고 중앙실험실을 통해 연구지원과 연구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연구중심병원 3기에 도달하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국제 바이오 메디컬 알앤디센터(Bio-Medical R&D센터)를 연면적 약 2만평 규모로 설립할 계획이다. 김린 의료원장은 “점진적으로 확장된 인프라를 통해 획기적인 논문증가와 연구비 수주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임상-기초 공동 연구 기반 확립을 통한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전체·줄기세포·IT융합연구 통한 맞춤의료에 도전

고대 안암병원은 앞으로 어떤 연구를 수행해 나갈까. 최재걸 연구부원장은 “환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의 치료를 위한 핵심 연구과제를 중점연구분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상영역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환자 맞춤치료를 위한 유전체 이용’,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 이를 직접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데이터처리·키트(KIT)화를 위한 ‘IT 융합기술 접목’ 등 세가지 중점연구분야를 선정했다.

맞춤치료는 환자의 사회적, 유전적 소인을 고려해 환자 개별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실시하는 21세기 미래형 첨단치료다. 고대 안암병원 박승하 원장은 “이번 연구중심병원 선정은 고대병원이 임상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동력인 의료 산업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대병원이 유전체·줄기세포·IT 융합분야 의생명 연구를 통해 최첨단 의학을 선도하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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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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