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101회 생일, 북한은 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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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101회 생일을 맞아 15일 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히 보냈다. 발사 준비를 완료한 미사일을 쏘지 않았고, 군사퍼레이드(열병식)도 없었다. 공개활동을 중단했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이날 0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뿐이다. 최용해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당·정·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했지만 고모인 김경희 당 부장과 부인 이설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북한은 5주년과 10주년 등 소위 꺾어지는 정주년을 제외하곤 행사를 크게 치르지 않는다”며 “올해는 정주년이 아니어서 중앙보고대회와 시신 참배로 행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지난 1일 최고인민회의 참석 이후 14일 만에 얼굴을 비쳤지만 참배가 전부였다. 전날 진행된 중앙보고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한 셈이다. 고 교수는 “북한은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이 짜놓았던 시나리오에 지난 주말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의가 돌발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향후 정국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장고(長考) 뒤 극적인 국면 전환이나 전열 재정비를 통해 긴장 국면을 한층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모종의 결심을 할 때까지 당분간 소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군이 함경북도 함흥에 배치한 미사일은 우리 정부가 대화 제의를 한 11일 이후 움직임이 없다. 최근 2000~3000명의 병력이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 집결해 제식훈련을 하자 태양절(15일)이나 군 창건기념일(25일)을 맞아 열병식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열병식은 없었다.

 군 관계자는 “최근 병력들이 집결하고 있고, 무기나 장비는 보이지 않는 걸 고려하면 조만간 열병식이 없거나 군 창건기념일에 소규모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오는 7월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신형 무기를 등장시키며 무력시위를 겸한 열병식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정책을 결정하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 7월 27일 정전협정일(북한은 승전기념일)을 기해 대규모 열병식을 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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