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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폭력의 색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돈과 대리투표와 폭력 등이 곳곳에서 얼룩진 6·8 총선이 그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심각한 문젯점들을 남겨놓았거니와 그 중에서도 선거폭력의 문제는 그것이 사회와 법질서의 기대를 위협하는 중대문제인 점에서 각별한 중요성을 지녔다 할 것이다.
이미 보도되었듯이 백주에 개표를 전후해서 난무했던 폭력은 특히 극악을 다하였다.
한 예로 동양방송 이대식 기자 피습의 경우를 본다면 이 기자는 투표가 끝난 8일 하오 5시 20분쯤 공화당원 등에 의하여 무수히 집단폭행 당하였던 것이다. 경위인즉 서울 동대문갑구 용두 제1동 제3투표소에서 대리투표 발각을 취재 중이던 이 기자는 발각된 청년을 쫓아 청량리 경찰서장실로 갔다가 안에 있던 1명의 공화당원을 포함하는 3명의 청년들로부터 그런 집단폭행을 당하였던 것이다. 그들 3명의 범죄자들은 『기자면 다냐』는 등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을 퍼부으면서 폭력을 휘둘렀다 하거니와 백주에, 그것도 경찰서장실에서 1명의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가증스러운 범죄가 저질러졌다 하니 오직 분노보다 개탄이 앞설 뿐이다.
기자에 대한 폭력사건은 비단 그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었고 그밖에도 여러 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가 참으로 개탄하는 바는 수 없는 선거운동원들이, 심지어 야당입후보자까지 폭력 앞에 짓눌렸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이 기자 피습의 경우와 같이 곳에 따라서는 폭력단속의 의무를 지고 있는 경찰관 앞에서 그같이 불법적·야만적 사태가 전개되었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다. 개표를 중단케 하는 갖가지 폭력도 곳곳에서 연출되었다. 어떤 곳에서는 몽둥이, 깨진 병까지 들고 나왔었다 하니 법치국가의 체통은 완전히 실추된 것이었다 할 수밖에 없다.
전자가 자유언론의 생명을 노린 죄질 나쁜 흉악범이라 한다면 후자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전복하려는 반국가적 범죄자라 할 것이며 이 두 경우의 행위는 공히 재론의 여지도 없는 반사회적 범죄행위라 할 것이다.
흔히 개표가 진행되고 흥분이 고조되면 비이성적 행위도 저질러질 수 있는 것이라 한다지만, 폭력도 이에 이르면 도저히 납득할 도리가 없다. 선거기간 중의 갖은 범법자가 냉엄한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지론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새삼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특히 폭력범이 최대한도로 엄단돼야 하겠다는 것이다. 만일에 선거기간 중의 흥분이 가져온 있을 수 있는 범죄로 이 사건이 처결된다면 우리의 사회정의와 법질서는 더욱 구렁텅이로 빠져 들 것이라는 것을 여기서 새삼 경고하고자 한다.
한편 그런 선거폭력을 고의로 묵인했거나 방관한 경찰관이 있다면 그들도 법에 의해 준엄한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다. 6·8 총선의 막은 내려졌으나 선거폭력 색원 문제는 하나의 큰 사회문제로 그대로 존치 되고 있다는 것을 모든 관계자 및 관계당국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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