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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총선의 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상과열과 질서>
6·8총선의 막이 서서히 내려지고 있다. 한 달 동안에 걸쳐 열기를 토했던 총선도 이제 그 심판결과가 하나 둘 밝혀짐에 따라 매듭이 지어지는 시간이다. 여러 가지로 더럽혀진 선거분위기 때문에 무한한 적의를 불태웠었던 후보자나 운동원들도 경건히 국민주권의 심판에 순종할 때가 된 것이다. 어떻든 오직 이성의 회복만이 아쉬워지는 가운데 총선의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앞에 하고 있다. 심각한 우리의 우려라는 것은 타락했던 선거분위기에 관한 것도 아니며 야기될지도 모르는 정치적 보복에 관한 것도 아니다. 물론 정치보복이란 애당초 있을 수가 없으며 선거기간중의 정신적·물질적 타락현상이 선거 후까지 계승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의 당면의 우려는 그런 것이 아니라 6·8총선의 대단원을 어떻게 질서 속에서 보내며, 우리가 던진 표를 어떻게 옳게 관리하느냐 하는데 관한 것이다.
첫째, 이번 선거는 이상적으로 과열된 것이었다. 돈의 난무로부터 시작됐던 이상분위기는 폭력사태가 일게 되고 「선거부정」조작에 관한 상호응수가 불꽃을 튀기는 것으로 되자 기정을 이루었다.
정책적 기반이 결여된 그와 같은 「이상」은 실상 통탄할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아무튼 그것으로 인하여, 즉 정책적 기반 위에 서지 못한 감정적 격돌 때문에 종반의 선거분위기는 독기마저 뿜는 것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이상적 과열을 무엇보다도 우려하는 바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이상적 과열은 심판의 결과가 명확해짐에 따라 불법적 난동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안고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후보자의 당락이 판가름되는 순간엔 누구나 흥분하게 마련이며 갖은 희비극이 연출되는 법이다. 이렇게 본다면 민주국가의 민주시민답게 민주질서 속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것이면서도 어려운 것인가를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도 지적한대로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의 심판에 경건히 머리 숙일 것을 요구한다. 누구도 이 대의민주정치의 원리를 거역하지 못한다. 승자의 오만도 금물이려니와 패자의 옹색함도 있을 수 없다. 오직 주권의 심판에 순종하는 것만이 민주주의의 생존방식이다.

<엄정한 투·개표관리>
둘째, 질서 속에서 매듭의 시간을 보내고 심간에 순종하되 우리는 주권의 옳은 관리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바로 던져진 표일지라도 그것이 옮게 관리되지 못할 때 어떻게 된다는, 상기하기도 싫은 역사적 경험을 되새겨 볼 때 우리의 우려는 여기에 머무른다 할 수밖에 없다.
중앙선관위도 개표관리위원과 종사원에게 보내는 주의에서 그들이 일점 일호의 착오나 누락이 없이 유권자의 의사가 그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개표업무에 성심 성의껏 노력하여야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각급 행정기관의 고위공무원은 그 직위를 이용하여 투표나 개표관리사무에 종사원으로 위촉된 각 지역공무원에게 『여하한 형태의 지시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해당 선관위의 지시와 명령에만 복종하여야 하겠다고 하고 있거니와 이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요청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야당인 신민당도 공무원의 중립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고, 부정이 감행되면 중대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이런 야당의 경고를 인용할 것도 없이 투표의 자유와 개표의 공정은 완벽하게 추구돼야 할 것이다. 근자에 선거사범이 속출하고 유령유권자 대리투표 및 부정지령 설이 자주 나돌았던 것에 상기한다면 우리는 한층 그것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는 최대한의 주권의식을 발동하여 우리의 주변에 과연 유령은 없는가, 또 표 도둑은 없는가를 예리하게 살피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민주질서를 그 근원에서 좀먹으려는 여하한 책동도 우리는 결코 허용할 수가 없다. 이번 선거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단결되고 고양된 주권의식으로 일체의 부정을 억제하고 말아야 한다.

<냉철한 반성>
끝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모든 국민이, 특히 후보자와 운동원들이 법에 의하지 않는 직접적인 의사표시를 어떤 형태로든지 삼가줄 것을 호소한다. 떳떳하게 총선의 종막을 장식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유능한 민주주의의 감시자가 되어 줄 것을 희망한다. 부정이 개입할 틈을 주지 말자. 부정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고발하자.
이제 5·3대통령선거에서 6·8총선까지의 두 달에 걸쳤던 흥분을 가라앉힐 때가 됐다. 우리는 이 종막의 시간에 냉정함을 회복하고 지난 선거기간 중의 잘 잘못을 냉철하게 반성할 때가 됐다. 이제는 하루빨리 그 선거의 흥분이나 독기를 가시게 하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모든 행정·생업이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어야하겠다. 그리고 거듭 강조할 것도 없이 누구든 법치국가의 시민으로서의 행동한계를 자의로 초월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내린 심간에 따라 장차 얼마나 좋은 정치가 얼마나 좋은 방향과 전망아래 손에 잡히게 전개되는가를 감시하고 독려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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