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인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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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직 어느 나라의 선거법에도 「선거구인구학」이라는 제도는 없다. 「게르만다링」이니 「선거구기하학」은 있어도. 특정한 정당의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선거구가 이해의 분계선으로 재단되는 경우 말이다. 이것도 요즘에는 선거구를 「명령」아닌 「법」으로 정해서 생기를 잃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선거인수는 「법에 의해」 고무줄처럼 탄력을 갖는다. 이번 6·8 선거의 유권자수가 바로 36일전보다 78만1천9백29명이 더 늘어난 것은 단순히 인구폭발의 현상은 아니다.
한달 사이에 성인이 된 유권자는 약4만 명에 불과하다.
74만 명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군중들인가? 그들의 명부작성권자인 내무부는 『국회의원선거법제18조에 의거하여 본인이 그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주민등록만 되어있으면』 「오케이」라고 해명한다. 이것을 고무줄 식으로 해석하면 「골고다」의 부활도 가능할 것이다. 유령시민이 엄연히 투표권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법은 태만한 국민의 뒤까지 졸졸 따라 다니며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여유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자그마치 74만 명이나 되는 국민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 내무행정도 잘된 것일지 의문이다. 야당의 말대로 목표가 2만여 명, 서울의 종로구가 2만8천명, 동대문 갑구가 2만3천여 명이 늘어났다면 행정부가 공연한 오해를 받을 만 하다.
『선거인 명부 작성권이 내무부에 있어 많은 애로를 느끼며 이 같은 선거의 기초업무는 투·개표관리와 함께 선관위가 장악해야 한다.』 사 선관위장의 「이상론」이다. 임어당은 「현실+꿈=이상주의」라는 공식을 설파했다. 이상주의는 무엇인가? 심통만 가져오는 것.
『완전은 신의 척도이며, 완전 하려는 노력과 희망은 인간의 척도』라고 「괴테」는 말한다. 우리의 행정부는 그 인간의 노력을 게을리 하고, 오해를 사지나 않는지 모르겠다. 오해로만 그치면 그나마 얼마나 다행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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