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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해진 공명풍경|「6·8총선」 앞으로 아흐레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뻔질나는 시찰>
앞으로 9일 밖에 남지 않은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의 「공명」 풍경은 자못 무색해지고 말았다.
「공명」의 이름은 외면하고 눈물을 짜낼 지경이다. 27일에는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서도 국무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이 지방행정의 시찰이니 독려니 하는 명목으로 뻔질나게 지방에 돌아다니며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각종 공약·선심공세를 벌이며 지방의 특정후보자들을 음성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유감의 뜻을 표하며 「금명간」에 전체회의를 열고 공식태도를 표명하리라는 방침이라고 신문에 보도된 바도 있다. 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은 지방출장 나간 장관들이 많았기 때문에 중앙청에서 열리던 정례 각의가 유회되었다는 것도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없겠거던, 대통령의 선거유세에 따라 나선 6, 7명의 장관들이 목포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목포 근방·호남일대의 지역개발에 관한 사업계획을 토론했다고 하니, 일이 이쯤되면 국사와 곧 당략을 분간키 어려울 정도로 어리둥절해진다. 이렇게 되면 부하 공무원들을 어떻게 단속할 수 있을까. 정부 대변인은 이러한 사태에 대한 신민당의 공격에 대하여 『선거기간이라고 해서 정부가 정상적인 업무를 중단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 때일수록 행정독려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창하고 있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일그러진 관도 바로 잡 지 않는다.』(이하 부정관)는 말도 있거니와 낯 간지러운 이야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집권당의 정부>
대통령의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유세가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하는 것은 야당인 신민당에서 선거법 위반이라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하고 또 지난 20일 중앙선거관리 위원회가 비록 대통령이지만 공화당의 총재로서는 유세가 가능하다고 판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공무원의 중립을 보장키로 된 헌법6조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대법원에 법령심사를 요구키로 했다고 하니 그 결과를 보아야 알 것이고 지금 당장에는 대통령의 유세가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논란을 우선 보류함이 타당할 것 같다.
그러나 이는 공화당의 총재인 박정희 대통령 개인에 한해서 공화당 출신 국회의원 후보자를 지원하는 유세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 외의 공무원- 국무총리 이하 각 장관이며 그 이하 각 급의 정부기관과 그 소속 공무원은 헌법과 선거법 등에 명시된 대로 어디까지나 중립을 지키되 일체 선거운동에 가담할 수 없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법의 규정이요, 또 중앙선거관리 위원회로부터 정부의 선거법시행령 개정에 대한 유권적 해석인 것이다.
그러면 그는 무엇 때문이냐? 법의 전문가에 묻지 않더라도 이치는 명백한 것이다.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이며 흔히 그 정부도 공화당 정부라고 한다. 그러나 그 공무원들은 결코 공화당 총재와 공화당의 공무원이 아니고 국가공무원인 것이다. 국가공무원이란 말인즉 국민의 세금에 의하여 급료가 지급되고 있고 국민의 투표에 의하여 선거된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민의 일반적 의사를 바탕으로 하고 헌법과 법에 의하여 나라의 정사를 처리해 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행정청의 요원임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도 공무원의 테두리에 드는 직위임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공무원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상관없이 국가 행정에만 충실하여 정치싸움에 휩쓸려서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또 행정부가 정당의 당리당략의 먹이가 됨이 없이 국회에 대하여 독립된 권한과 책임을 유지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책임은 어디에>
그런데 선거의 공명을 외치는 뜻은 무엇인가. 이는 법에 규정 된 대로 우선 법을 지켜야 한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 우리가 잊어서 아니 될 것은 선거가 공명치 못하고 부정·부패에 불법을 범한다는 일은 곧 그 나라의 정치가 공명을 저버리고 부정·부패 또 불법을 되는대로 저지르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때문인 것이다. 지난 4년은 어찌되었든 간에 새로 선거된 대통령과 새로 선거되는 국회의원에 의하여 새로 조직되는 국회를 맞이하는 앞으로 4년간의 정치는 어떻게 해서든지 올바르게 국가의 번영을 위하여 온 국민의 뜻에 크게 어긋남이 없이 이룩해 보자는 데서 그 선거부터 공명정대하게 치려보자는 것이다.
앞으로 4년간의 약속이 무엇이건 정치의 출발인 선거에서부터 「공명」이 많이 흐려졌다면 이는 유감천만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에 국무총리이하 장관들이 지방행정의 시찰. 독려를 위하여 그 많은 출장을 했고, 또 선심공세를 했다는 일은 정부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공화당의 선거운동을 간접 또는 음성적으로 지원했다는 일반국민의 인상을 씻기는 아주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총리이하 장관들은 그 「음성적」인 선거지원에 깨끗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결과가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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