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선거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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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8총선을 목첩에 둔 최근의 선거 분위기는 크게 빗나간 감이 짙다. 투표일을 9일 앞둔 선거 종반전은 마치 도박판이나 시정 부랑배의 싸움판을 연상시키기에 알맞도록 지저분하다.
어느 주장이 허위이고 아닌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잡스러운 설전, 투표자들의 일반적인 무관심도 아랑곳없이 고발사태 등만이 쏟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보아도 이번 6.8총선전의 종반은 그 어느때의 선거보다도 추악하고 음성적인 것이 되고 있는 듯한 것이다.
첫째, 5.3대통령 선거에서 모처럼 명랑한 싹이 텄던 정책 대결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 볼 길 조차 없다. 처음부터 이 선거는 누구의 말처럼 국회의원을 뽑는 건지 지방의원을 뽑는 건지를 알아 볼 수도 없게 왜곡되고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방사업이나 공약하고 구태의연하게 혈연이나 더듬는 가장 낙후된 선거 분위기의 군림, 그 속에서 우리는 입으로만 근대화를 뇌까리고 있는 셈이다.
둘째, 가장 비열한 선거전이 되고 있다. 명색이 정당정치를 지향한다 하면서 이번만큼 이른바 정객들의 후오적 기질이 노정되었던 선거는 다시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이번 선거만큼 그 수법이 비열하였던 적도 다시 없었던 것 같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선거전이란 표현이 자주 쓰여질 만큼 이번 선거는 잔 기교의 난무 속에서 도무지 정책적 기반을 무시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기껏 하는 짓이란 모함이며 인신공격이며 고발이다.
세째, 거의 공공연한 매표 행위가 성행되고 이른바 선심공세가 치열한 이번 선거는 이를데 없이 음성적인 것이 되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선심에 취한 부녀자들의 광태가 연출되어 말썽이 되기도 하였다 하거니와 아뭏든 선거 분위기 쳐 놓고는 최하위의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 문제도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곳에는 교육장이 선거의 첨병 역할을 하여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가 하면 고급 공무원들의 찾은 지방 출장도 충분히 의혹을 불러일으키게 되어 있다. 사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끝내는 『국무위원들이 유권자를 자극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줄 만한 행동을 삼가주기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하기에 이르렀거니와 선거 분위기의 이 이상의 음성화는 어떻게든지 저지돼야 할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번 선거분위기는 도대체 「공명정대」하곤 담을 쌓고 있는 듯한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듯 빗나간 선거 분위기를 거의 체념이나 한 듯이 투표자들의 무관심이 극도로 조장되고 있는데 또한 있다. 하기는 빗나간 선거 분위기와 투표자들의 무관심은 서로가 함수관계에 있기도 하다 .무관심하니 타락하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그것은 중대한 문제이다. 투표자들은 우리의 선거사에 가장 지저분한 기록을 남겨 후세의 조소를 받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고도의 주권의식을 발휘, 내 한 표를 옳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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