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리와 물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리 현실화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알려진 「쇼」 교수가 다시 금융정책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하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쇼」 교수는 ⓛ정책금리의 상향조정 ②6개월 이하의 정기예금 금리의 인하 ③공개시장에서의 증권할인 발행 ④정기예금 증서의 할인발행 제도 등을 제안했다 한다.
금리 현실화 후에 「쇼」 교수의 건의에 따라서 이른바 유동성 규제 정책을 채택한 바 있으나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아 아무런 실효를 얻지 못했던 사실을 상기할 때 금융정책을 외국인의 단기조사 결과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옳으냐하는 점부터 우리는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쇼」 교수가 건의한 정책조정 방안도 우리의 실정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백여 종에 달하는 현행 금리체계를 근본적으로 금리이론에 맞도록 재조정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를 상향조정해야겠다는 정도로 그친 것은 미흡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발정책과 정책금리 사이의 관계를 명백히 규명하고서 금리 수준을 논해야 할 것이다.
둘째, 「쇼」 교수는 대출금리 15% 예금금리 13%로 「실질」 금리를 적용하고 물가 상승 율을 가산시켜 「표리」 금리를 정하자고 건의했으나 그것은 한마디로 금융정책의 포기를 뜻하는데 불과할 것 같다. 금융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통화가치의 안정이므로 물가상승을 배제시키고 안정된 기반 위에서 성장하는데 부합되는 금리수준이 무엇이냐를 추구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것이다.
세째, 재정안정 증권·통화안정 증권을 자본 시장에서 할인 판매할 것을 「쇼」 교수는 건의하고 있지만 그러한 할인판매가 실질금리 수준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인 것 같다. 자립저축 증권이 시중에서 액면의 5할내지 6부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쇼」 교수의 건의대로 한다면 연이율이 100%를 넘어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할인율이 평균 금리수준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며 더우기 공개시장에서 다량의 증권이 출회한다면 할인율이 더욱 높아야 증권이 소화될 수 있는 것이므로 전혀 고려될 수 없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정기예금 증서의 할인발행 율 「쇼」 교수는 건의하고 있으나 그것은 앞에서 지적한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로 할인율이 더욱 높아져야 매력을 갖기 때문에 금리의 부당한 상승을 조장할 것이며 또한 정기예금의 유동성을 부활시켜 통화량의 질적인 확대를 뜻할 염려가 있어 위험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금리 현실화를 한지 근 2년이나 되지만 역금리제의 모순으로 외형상의 금융자산 부채만 늘었지 사용할 수 있는 실질 저축이 크게 는 것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경향성은 외자도입 정책 때문에 파생된 해외 부문의 통화 창조와 합세하여 표면 저축을 늘리기는 했지만 높은 금리를 부담해서 이룩한 예금을 실질적으로 동결시키는데 불과한 결과를 초래시켰을 뿐이다.
따라서 본란이 누누이 지적한 바와 같이 금융정책이나 금리정책이 개발정책과 조화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실질적인 의의가 없으며 오히려 국민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쓸데없이 많은 비용을 들여 실정에 맞지 않는 외국인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좇느니 보다는 우리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개발정책과 조화되는 금융정책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며 이런 각도에서 금리정책·금융정책이 세워져야 할 것임을 강조해 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