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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공세 - 장두성(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비교가 안 되는 피아의 지원력>
월남전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조건중의 하나는 전연 비교가 될 수 없는 피아간의 전투지원능력의 대비이다. 항만시설의 불비로 전쟁물자를 실은 선박들이 외항에서 수개월씩 기다리던 시절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었고 지금은 7개소의 거대한 항만시설이 월남 전역에 건설되어 40척 이상의 1만톤급 각종 선박이 매일 같이 10만여톤의 미국산 수박으로부터 1백75밀리 포탄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물자를 쏟아 놓고 있다. 「다낭」항에서 근무하면서 매일같이 하역되는 산더미 같은 물자를 보아온 한 한국인 기술자는 『「베트콩」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폭탄 없이 이 물자만으로 폭격을 해도 다 쓸어버리지 못하겠느냐?』고 신기해 할 정도이다.

<13번 도로 따라 장사 같은 트럭>
이 물자들은 C-30 수송기에 실려 최전방까지 운반되는데 요즘 와서는 육로수송도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다. 금년 초 C전 지구에서 있었던 「정크션·시티」 작전을 취재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비행하는 도중 기자는 13번 도로를 따라 마치 장사처럼 끝없이 줄지어 가는 「트럭」 대열을 내려다보면서 「다낭」 기술자의 이야기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대열은 곳에 따라 하루 24시간 연속되고 있다. 「사이공」에서는 자정이 되면 물자들을 가득 실은 군용 「트럭」이 줄을 이어 길을 빠져나간다.

<평화무드 깨는 밤의 「사이공」>
「사이공」항에서 하역한 물자들을 전투지역으로 실어 나르는 이 호송대의 「엔진」 소리와 「탄소누트」 비행장의 주위를 밤새도록 밝히는 조명탄, 그리고 야음을 틈타 아직도 「사이공」 교외에 출몰하고있는 「베트콩」 에 대한 각가지 포화의 교란사격 등으로 낮의 「사이공」에 충만했던 지극히 가식적인 평화 「무드」는 밤의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전시하의 수도가 갖는 온갖 긴장된 무거운 공기 속에 「사이공」은 묻혀버린다.

<밤낮없는 포화 적진 교란 작전>
아직까지 기자는 월남의 어느 한 전투에서 탄약부족이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
작전진행이나 특정공격 목표에 구애됨이 없이 연합군은 밤낮으로 적 지역에 교란사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군 대변인이 오늘 오후 5시 「사이공」 시의 기자「브리핑」실에서 『오늘은 이렇다할 접전이 없었다』고 발표하는 날에도 월남의 전역에서는 곳곳에서 수천 발의 포·폭탄이 작렬하고 있는 것이다.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베트콩」 l명 사살에 소요되는 평균 포탄 수는 20발이라고 하니 물량 전쟁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미군의 어마어마한 전투지원 능력은 탄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헬리콥터」는 작전 중인 말단 소대에까지도 하루 최소한 한끼는 「아이스크림」이 포함된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 주고 있는데 최전방에서 냉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전쟁은 아마 월남전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포탄 한 개 운반 베트콩은 사흘>
이에 비하면 적의 전투지원능력은 비교도 안 된다. 연초 「베트콩」의 본거지인 C전 지구를 공격한 미군은 그곳에서 방송, 출판, 병기수리 등 시설을 발견했지만 차량은 단 한대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니 그들이 포탄 한 개를 운반하는 데는 3명이 한달 간 걸린다고 한다. 지난번 「다낭」 기지에 대한 1백40밀리 「로키트」 공격이 단 두 번으로 그쳤다든지 남부지역에서의 적의 조직적 반격이 드물어 졌다는 사실은 바로 그들의 제한된 지원능력을 실증하고 있는 것이다.

<정면대결 피해 기습과 장기화>
월남전 해결을 방해해온 모든 정치적 사회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베트콩」을 패배시킬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기 시작한 미국측이 쥔 길패는 바로 이와 같은 우세한 지원능력에 있음이 분명하며 「베트콩」측이 정면대결을 피하고 기습과 유격전으로 전쟁을 장기화시키려 하는 것도 전투지원능력의 지나친 열세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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