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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의미 찾는 영 연방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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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방정상회담에 참석한 다니엘 아라프 모이 케냐 대통령. 뒤는 장 크레티앙 캐나다 총리.
영 연방정상회담에 참석한 다니엘 아라프 모이 케냐 대통령. 뒤는 장 크레티앙 캐나다 총리.
헛간 같은 올해 영연방정상회담(CHOGM) 보도센터에는 상당히 모진 농담이 돌고 있다.

그 농담은 이런 것이다.

문제: 'CHOGM'은 무엇의 약자인가?
답: 정부예산 지원 쿨럼 해변 휴가(Coolum Holiday on Government Money).

이번 회담에 대해 너무 심한 평가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쿨럼에서는 영 연방 존재 자체의 의미를 찾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 개막식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영국 여왕을 포함한 4명의 주요 연설자들은 하나같이 이토록 이질적인 국가들이 한데 뭉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히 지난 9.11 테러 사태와 같은 국제 정서 속에서 영연방은 국제사회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을 역설하는데 애쓰는 모습이었다.

또한 개막식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영 연방 사무국의 구호 활동에 대한 영상자료가 장황하게 상영되기도 했다.

수많은 난관들

이런 구호 활동들의 일부, 가령 영 연방내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한 기금이나 AIDS퇴치 기금 등은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활동들은 후원자를 찾지 못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일례로 가이아나 정부와 영 연방사무국이 4년 전에 설립한 중부 가이아나 이와크라마 우림지 보호·개발 센터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영 연방내 많은 저개발국가들 (54개 회원국들 절대 다수가 소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됨) 을 원조하는 것 이외에 이토록 다양한 국가들을 한데 묶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무엇일까?

영 연방정상회담은 회원국들의 의견일치를 통해서만 활동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10억 인구의 인도, 서방세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영국 및 캐나다 같은 나라들을 모두 아우르는 영 연방이 세계 현안에 대해 공통된 입장을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진정한 문제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존 하워드 호주 총리· 돈 맥키넌 영 연방 사무국장·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왼쪽부터)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존 하워드 호주 총리· 돈 맥키넌 영 연방 사무국장·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
토요일 대 테러 행동계획의 채택은 통상적인 영 연방정상회담과는 사뭇 다른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각국의 미묘한 상황 속에서 이를 어떻게 잘 실행해 나가고 검토하는 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각국의 현안을 논의하는데 영 연방보다는 G-7 이나 에이펙(APEC) 같은 다른 국제기구들이 더 적절할 것이다.

소수의 선진국들이 영 연방 전체 기금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는 반면, 실질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군소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에게 국제사회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

그러나 각국이 이런 거대한 장애물을 헤치면서 도출해내는 합의가 대부분 무덤덤한 선언문 발표에 다름 아니라면, 영 연방정상회담의 비용과 타당성이 의문시 될 것이다.

존 하워드 호주 수상과 같은 지도자들은 '정회 시간'를 통해 이 회담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자리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참모진 없이 일대일로 만나 각국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정말 솔직하게 비공식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간은 많은 지도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를 진솔하게 알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인 것이다.

'공식발표'나 '선언문'같은 것들을 양산해 내는 것보다, 이런 회담들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의 국제 관계가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자.

지난해 브리스베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취소됐던 영 연방정상회담에 1천만 달러, 그리고 올해 쿨럼에서 열리고 있는 회담에 9백만 달러가 쓰였다. 많은 이들은 앞으로 2년 동안 영연방이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보다 더 실질적인 소득을 가져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COOLUM, Australi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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