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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망(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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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3선거의 압승으로 박정희 정부는 집권 제3기에 접어들었다.
「5·16」부터 따져 제6대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우리 헌정사상 두 번째의 「10년 정권」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시작된 국회의원선거전의 결과에 따라 그 진폭의 크기가 결정되겠지만 「10년 정권」의 출범은 헌법규정상 3선이 금지되어있는 박 대통령을 업고 있는 공화당에는 공화당대로, 대중속에 파고드는 노력을 게을리 해온 채 두 차례 패배를 맛본 야당에는 야당대로 앞으로 4년 동안 「71년의 다음 결전」을 향한 거센 소용돌이 속에 각기 휘말려 들 수밖에 없는 외길을 제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재선은 물론 경제건설에 집약되는 지금까지의 치적에 대한 재신임인 동시에 정치적·사회적 안정위의 경제건설이란 명제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풀이된다.
야당이 내건 「부익부·빈인빅」이란 쟁점이 끝내 정권교체로까지 연결되는 유권자들의 공감을 불러내지 못했고 4·19 이래 시한폭탄처럼 깔려있는 통일논의도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된 안정 「무드」로 해서 계속 70년대의 과제로 밀려져버렸다.
따라서 앞으로 4년 동안의 시정역점은 『현재 이리쯤 와있는 목포발 서울행 열차를 다시 천안쯤까지 끌고 가는 작업』이라고 박 대통령 스스로가 선거유세에서 비유한 제2차 5개년 계획의 성패에 달려있을 뿐 내정면의 특별한 기복은 예상되는 것이 없다.
지난 63년 선거 때 공화당쪽에 불리하게 인상지어졌던 국외적인 작용도 월남파병을 전후하여 훨씬 호전되었고 특히 5백68만여표라는 압도적지지표는 박정희 정부의 대외적 지보를 한결 굳힌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도 예상되는 큰 시련이 가까이는 없으나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통틀어 7억불에 달하는 외국차관의 이자 지불과 변제가 오는 68년께부터 시작된다. 그 지불이 만일 순조롭지 못할 경우에 겪을 시련은 위신실대란 정신적인 면에만 국한될 수는 없다.
조건의 또 하나는 월남파병문제―. 『선거 후에 또 5만명 정도의 증파가 계획되고 있다』고 야당이 선거전에서 주장한데 대해 정부는 이를 부인―지금 그 내막을 알 길은 없지만, 월남에 대한 「코미트먼트」의 계속적인 확대는 장기적 전망을 세우기 힘든 월남전쟁 그 자체처럼 언제 무엇을 국내정국에 투영해올지 모를 유동적 인자가 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대승한 공화당은 당연히 71연도의 집권도 노릴 것은 뻔한 일이다. 대통령의 3선금지가 명시되어있는 현 헌법하에서 공화당의 길은 이때 둘뿐이다. 헌법을 고쳐 박 대통령을 또 한번 업고 나서든가, 후계자를 정하여 지원체제를 미리부터 짜든가의 어느 한쪽이다.
개헌을 하는데는 국민투표를 거쳐야하는 첫 난관이 있고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 스스로 이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선거유세에서 찬조연설들의 입을 통해 한결같이 『박 대통령의 위대한 영도력과 역사에 대한 투시력』을 강조하면서 「카리스마」적 예찬을 아끼지 않은 현 집권주변의 사고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불거져 나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후계자를 선정할 경우에도 문제는 적잖이 복잡하다. 공화당안의 주류·비주류간의 확집이 비록 휴화산 상태에 있지만 해소 된 것은 아닌데다 박 대통령주변에 영향력을 미치는 측근 「그룹」의 존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71년」을 의식한 파벌 강화작업은 이미 국회의원 공천 및 선거전에서 소리 없이 시작되고 있다.
5·3선거전에서 공화당과는 별도로 요긴한 몫을 막후에서 맡아 움직여 얼마간의 발판들을 여당내에 쌓은 이들 몇 갈래 측근 인사 내지 기관들이 후계자 선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여당내 집권투쟁은 지금과는 양상이 같을 수 없으며 대체로 69년 이후부터는 야당쪽 사정과 얽혀 정국개편으로까지 발전할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패배한 야당은 윤보선씨의 후퇴의사 표명으로 심각한 자성과 재편작업의 출발점에 서있다.
안국동 8번지의 권위와 구 한민당적 「보수」와 극한적 투쟁노선으로 지난 4년 동안 야당가의 주역이던 윤씨의 이 결심은 지도층의 노화로 인한 매력의 상실과 대중과는 유리된 채 국회의원과 공천희망자들의 합명회사 같던 체질면의 약점, 그리고 파병 「이슈」의 도중선회 등 격화소양격 쟁점주도의 실패 등 이번 선거패인에 대한 자성의 표현으로 풀이되고 있다.
『야당이기만 하면…』 조건 없이 투표해주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다. 여기서 분파감정의 지양, 지도층의 세대교체, 그리고 조직의 대중화 등이 야당가의 공통된 바람이긴 하지만 그 중심이라 할 신민당이 구민중계와 구신민계의 파벌감정이 풀어지지 않은 채 당 주도권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다 국회의원선거전에 열을 헤아리는 정당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어 전도는 아직 가름하기 힘들다. 그러나 총선거가 끝나서 원내분포가 그어진 후 제1차로, 혁신계를 중심한 정쟁법 미해금자가 풀려나올 즈음해서 또 한차례, 그리고 공화당의 원내투쟁이 고조될 69년께 등 단계별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야당의 재편작업은 확대될 것만은 틀림없다.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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