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500원 … 카카오, 유료 멍석 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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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공짜 없는 인터넷 생태계’가 만들어질까. 스마트폰으로 웹툰(인터넷 만화), 전자책, 동영상 강의 등을 돈을 내고 보는 서비스가 9일 시작된다. ‘카카오톡’의 개발사인 카카오가 시작하는 유료 콘텐트 사업 ‘카카오 페이지’다. 이날부터 5000여 개에 달하는 요리, 유아용 한글, 논술, 어학 강의 같은 콘텐트들이 스마트폰용 카카오 페이지 애플리케이션 내에 올라온다. 사업자가 콘텐트를 만들어 올리면 소비자는 돈을 내고 내려받으며, 카카오는 멍석을 깐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가장 큰 특징은 ‘무료 불가’다. 공짜 콘텐트는 저작자가 원해도 올릴 수 없다. 초반에 돈을 안 내도 되는 ‘맛보기’를 보여주고 싶다면 전체의 20% 이하로만 가능하다. 10회 연재 분량이라면 처음 1, 2회만 무료이며 3회부터는 돈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가격은 콘텐트를 만든 이가 정하지만 하한선이 있다. 건당 최저 500원, 월 정액권 2000원 아래로는 안 된다. 상한선은 없다. 카카오 측은 “가격 경쟁이 과열돼 콘텐트를 헐값에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의 ‘콘텐트는 무료로 주고, 수익은 광고로 올린다’는 모델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 서비스를 처음 소개한 기자간담회에서 김범수(47) 카카오 의장은 “콘텐트가 공짜라는 인식을 몰아내겠다”고 공언했다. “제작자를 줄 세우는 수퍼 갑(甲)이 되지 않고, 콘텐트 생태계를 형성하겠다”고도 했다. 제작자에게 돈을 주고 콘텐트를 공급받아 이를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포털의 방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네이버의 대표적 콘텐트인 웹툰의 경우 작가에게 고료를 지급하고 만화를 가져와 사용자에게 무료로 보여준다. 네이버는 대신 사용자 유입에 따라 매겨지는 광고 수익을 챙긴다. 지난해 NHN은 검색 광고 1조2065억원, 디스플레이 광고 34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둘이 회사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한다. 현재 검토 중인 한게임 분사가 완료되면 NHN의 매출 중 광고 비중은 90%에 달할 전망이다.

 카카오의 콘텐트 유료 정책은 모바일의 특성에 따른 선택이기도 하다. PC에서는 콘텐트 값을 안 받더라도 광고를 활용할 물리적 수단이 많지만 모바일 기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좁은 화면에 광고를 넣으면 사용자가 반발해 서비스 자체를 떠날 우려마저 있다. 메신저 사용자 8300만 명에 달하는 카카오가 창업 후 5년 반 동안 적자였던 것은 이 때문이다.

 카카오를 적자에서 건져낸 것은 지난해 7월 시작한 게임 아이템 판매였다.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게임에서 사용하는 ‘하트’ ‘신발’ 같은 아이템을 돈을 받고 팔자 서비스 2개월 만에 흑자 매출로 돌아섰다. 게임 아이템을 돈 주고 사봤던 사용자들이 모바일에서 유료 콘텐트를 계속 구매하는 것도 카카오가 이번 서비스에서 기대하는 바다.

 한계점도 있다. 콘텐트 판매 수익 중 30%를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 장터 사업자에게 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콘텐트 제작자의 몫은 수익의 50%, 카카오 몫은 20%로 제한된다. 한 전자책 업체 관계자는 “게임은 확산이 빨라 1000만 내려받기 이상의 히트작이 꾸준히 나왔지만 책이나 강의는 성격이 다르다”며 “‘박리다매’가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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