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재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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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찌스」독일의 선전상 「게벨스」는 말한바 있다.『대중은 윤리로 설득할 것이 아니라 감정에 호소해야한다.』 악명 높은 선동가였던 그는 군중심리의 급소를 찔렀다.
「나찌스」가 아니라도 대중을 움직이는 수법은 마찬가지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지지를 얻는 첩경임이 분명하다.
초반전에서 비교적 냉정한 정책대결을 하는 것처럼 보이던 여·야는 마지막 숨가쁜 고비에 오자「폭로」전술로 전환, 서로 헐뜯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잘 알 수 없는 정책을 힘들여 실명해 봐야 통하지 않으니 억지라도 써서 상대편 표를 깎자는 심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폭로전술도 별 신통한 효험이 없는 것 같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 있다는 것만 알았지 국민의 「절실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여·야의 설전이 과열할수록 국민의 불쾌지수만 높아지고 있다.
어떤 후보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화를 들고 나왔다. 그가 발견한 「위대한 사실」 은 김해 김씨·허씨가 8백만, 경주 김씨가 8백만 합계 1천6백만이 가락의 시조 수로왕의 후예라는 것이다. 이 거대한 씨족에서 나온 하나의 후보자인 자기를 뽑아달라고 호소한다. 「기발한」 착상이지만 「수로왕」의 후손들이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다.
씨족을 넘어서려는 발전의 방향과 정확히 역행하자는 소리도 나오는 것은 우리의 정치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하여간 후보들은 할만큼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결코 「페어·플레이」였다고 할 수 없고, 전에 없던 입건고발의 사태를 빚어냈지만 큰 탈을 내지 않은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모사재인」이나 「성사재천」. 달관한 심경으로 국민의 심판을 기다릴 일이다. 민의는 천의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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