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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엔 전장에 나가듯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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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 한 표에 국운이>
이틀을 앞둔 대통령선거! 투표장에 나가는 우리들 국민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과 같은 총명과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침략을 막고 나라의 번영과 평화를 위하여 몸을 바쳐 전장에 나가는 거기에 군인의 정신이 있다면 국가의 역사적 방향을 밝히고 정치의 그릇된 점을 고쳐나가며 사회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국민의 가질 바 자세를 뚜렷이 하여야 하는 그 자리가 곧 투표장인 것이다. 사사로운 이해관계나 혹은 그때그때의 단순한 감정의 움직임을 초월하여 국가대사를 위하고 그것이 곧 자손만대의 번영을 위한 한줌의 흙이요, 거름을 하는 일이 됨을 생각할 때 우리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과 다름없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정열을 가지고 투표장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혹은 「나」 한사람이 무엇하랴, 선거는 여당과 야당의 싸우는 일이 아니냐, 정치에는 흥미가 없다…는 등의 말을 할 사람도 있을는지 모른다. 이는 확실히 생각을 바로 가졌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가며 국민의 살길이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데 대한 생각이 아주 없을 수 없는 이상 모든 국민은 투표장으로 나가는 전투대열에서 낙오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명주실 한 오리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그것을 열곱, 스무곱 곱해놓는 경우의 그 막대한 힘을 누가 적다 힘없다 할 수 있겠는가.

<부정·유혹 이겨야>
그러나 또 한끝으로는 그야말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투표장에 나가는 이들도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다름아니라 종래의 우리나라 선거의 역사가 문자 그대로 피의 결전장이 된 일도 있었고, 폭력한들의 난장판이요 암흑의 선거권 약탈장이 되었던 일도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할수록 이에 신물이 들도록 참을 수 없는 부정선거, 불법한 표도둑의 사실을 우리들은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때문에 선거라고 하면 또 무슨 협잡이냐, 또 무슨 동원, 위협, 폭력 소동 등이 아니냐고 가슴을 떨게도 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해서도 이제 투표장에 나가는 우리들 국민은 전쟁터에 나가는 정의의 용사다운 기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떤 부정이고 불법 또 어떤 유혹이고 음모이고 이를 물리치고 공명과 정의의 선거기풍을 확고히 쌓아올리기 위해서도 우리는 단 한가지로 선거장에 나가 억세고 깨끗한 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우리들 국민의 이 한 표야말로 국민 각 개인의 고유한 한 표인 것이어서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도 없고, 또 나누어 줄 수도 없는 국민된 가장 명예로운 권리의 한 표인 것이다. 그 때문에 투표는 그자신의 뜻대로 엄숙히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비밀의 방법으로 투표케 하는 것이다.

<성실·봉사를 선택>
그러나 자유선거라는 이 「자유」는 결코 쉽사리 그 목적을 달성키 어려운 것임을 또 알아야 할 것이다. 자유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 누구에게 표를 찍었느냐, 표를 바로 찍고 못 찍는데 따라서 그 뒤에 나타날 결과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가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나라의 역사에 통달하고 그 나갈 바 길을 바로 보고 또 오늘의 사회문제에 대한 시비를 다 제대로 가려낸다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나 기대키 어려운 일이요, 또 국민들의 견해의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의 자유를 저마다 이용해 먹으려는 악덕분자들도 많이 들끓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무리 정치문제나 경제문제의 전문적 내용을 소상히 알 수는 없다고 해도 한가지 대체의 경우를 어렵지 않게 지적해낼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진실이냐, 거짓이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적어도 나라를 위하는 일에 크나큰 책임을 져야 할 정당이나, 정치인은 무엇보다도 정직하고 성실하여 개인의 의욕과 일당일파의 권력욕을 떠나서 국가와 국민에게 희생 봉사하겠다는 약속이 성실히 이행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투표장에 나아갈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선거에서나 국회의원선거에서나 특히 그 정당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얼마나 정직하고, 얼마나 성실하느냐 하는 것이 선택의 가장 높은 표준이 될 것이다. 여냐? 야냐? 지지냐? 반대냐?를 묻기 전에 우리들 국민은 먼저 거짓없는 진실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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