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부 협조자 있을 수도 … 북 도발 막으려 해킹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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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의 북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 북한 내부에 조력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해킹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어나니머스 해커(트위터 ID:@Anonsj)는 7일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전날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명단 6216건을 추가 공개한 직후다. 그는 “보안상 이유로 독립된 작은 조직이 신변 위협을 감수하면서 (북한 인터넷 시스템인) 광명과 일반 인터넷을 연결하는 닌자게이트웨이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닌자게이트웨이는 북한의 폐쇄형 인터넷과 일반 인터넷을 이어주는 전산상의 연결 고리다. 폐쇄된 인터넷망을 외부와 연결하기 위해선 북한 내부의 도움 없이는 힘든 측면이 있다. 이 해커는 ‘북한 내부에 협조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있을 수 있지만 답변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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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나니머스 해커와의 인터뷰는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우리민족끼리’를 해킹 다음 날인 5일 오후 이 해커에게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 시간 뒤 그는 “이제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해커들 사이에서 ‘엘키’라 불리는 한국인 해커라고 했다. 자신이 지난달 30일 북한의 5개 사이트를 마비시키고 지난 4일 ‘우리민족끼리’ 해킹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뷰는 트위터 메시지로 이뤄졌다.

 -북한 내부망을 공격할 정도의 조건을 갖췄나.

 “그렇다. 당신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실력을 갖춘 어나니머스 소속원이 많다. 사전 시도는 아직 하지 않았다. 여러 방면으로 내부망 접근을 검토 중이다.”

 -어나니머스의 북한 사이버 공격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대북 관계가 악화될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나니머스의 신념에 따라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 내 인터넷 검열 금지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울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핵티비즘(Hacktivism·정치·사회적 목적으로 해킹하는 행위)이다.”

 -북한에 대해 추가로 해킹할 경우 예고를 할 건가.

 “이미 (김정은 정권을 향한) 경고는 마쳤다. 노동신문(rodong.rep.kp), 조선중앙통신(kcna.kp), 단파방송 조선의 소리(vok.rep.kp), 라디오방송 평양방송(gnu.rep.kp)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을 검토 중이다.”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결정한 이유는.

 “그간 국내에선 평화와 자유를 위협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얼마 전 북한이 도발을 공언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해킹 공격을 진행한 것이다.”

 -어나니머스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어나니머스는 정식 단체가 아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이루어진 그룹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사람은 30여 명으로 알고 있다.”

 이 해커는 7일 자정쯤 기자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해킹을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실제 어나니머스는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도일 하루 전인 이날 이스라엘 정부 기관 홈페이지 위주로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을 시도했다. 자신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라고 밝힌 한 어나니머스 해커는 이날 텍스트 문서 파일 공유 사이트인 ‘페이스트빈(http://pastebin.com)’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 국민 40만 명의 휴대전화 번호, 카드 번호,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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