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날개 단 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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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맛있게들 잡수시네요. 오늘도 경기 재밌게 보셔요.”

 KIA와 삼성의 시범경기가 열렸던 지난달 24일 대구구장.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선동열(50) KIA 감독이 1루 쪽 테이블석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던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구수한 전라도 억양이 더욱 다정하게 들렸다.

 야구장에서 선 감독은 늘 무뚝뚝했다. 선수들이 실책성 플레이를 하거나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때는 굳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가곤 했다. 이겨도 좀처럼 웃을 줄 몰랐다. 2013년, 선 감독이 변했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KIA의 쾌속질주가 시작됐다. KIA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3-1로 이겨 5연승을 달렸다. 전날까지 공동 선두였던 롯데를 밀어내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안타 수는 롯데(10개)보다 적은 7개였지만 집중력이 좋았다.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면 후속 타자가 어김없이 적시타를 때려냈다. 4번 타자 나지완(28)이 4타수 3안타·1타점으로 활약했고, 선발 서재응(36)은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KIA는 2009년 팀의 10번째 우승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2년 삼성 사령탑에서 내려온 선 감독을 영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의 ‘LCK포’가 몽땅 다쳤다. KIA는 포스트 시즌 문턱에서 탈락해 마무리캠프를 떠났다.

 올해 ‘타이거즈’는 11번째 우승을 일구는 데 명운을 걸었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프리에이전트(FA) 김주찬을 4년간 총액 50억원에 영입하며 이용규와 함께 최강의 테이블세터진을 갖췄다.

선 감독은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 목표는 단 하나뿐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타선이 터지고 있다. KIA는 6일까지 팀 타율 0.306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뿔뿔이 흩어졌던 ‘LCK포’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최강 2번타자’ 김주찬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신종길·김원섭 등 내외야에 쓸 만한 자원이 차고 넘친다. 김용달(57) 타격코치 덕이다. 지난해 KIA호에 승선한 그는 국내 타격이론 전문가로 꼽힌다. 타자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맞춤형 타격폼을 찾아준다. 최희섭은 “김 코치님과 이야기를 하며 메이저리그 시절 내 스윙을 되찾았다. 맞히는 데 급급하지 않고 풀스윙으로 장타를 노리게 됐다”고 했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NC를 4-2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삼성 ‘끝판왕’ 오승환은 프로야구 사상 첫 통산 250세이브의 대기록을 세웠다. 넥센은 대전에서 한화를 5-3으로 제압했다. 막내 NC는 개막 후 5연패, 꼴찌 한화는 7연패에 빠졌다. 잠실 라이벌전에서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두산이 LG를 5-4로 이겼다.

부산=유병민 기자,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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