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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서울모터쇼, 여전히 아쉬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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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가혁
경제부문 기자

이번 주말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이어지는 ‘2013 서울모터쇼’는 역대 최대 규모다. 축구장 15개와 맞먹는 10만2400여㎡(3만1000평) 면적에 전시 차량만 500여 대에 이른다. 흥행도 성공적이다. 하지만 “아빠, 저 차 앞에 저 누나(레이싱걸)는 왜 저러고 서 있어?”라는 8살짜리 아들의 질문에 모터쇼를 찾은 아빠는 난감하기만 하다. 예년에 비해 많은 업체가 비키니 입은 ‘레이싱걸’ 대신 전문패션모델(BMW·폴크스바겐 등)이나 대학생 설명도우미(기아), 큐레이터(혼다)를 배치했다. 반면 여전히 ‘벗기면 흥행한다’는 전략을 택한 업체도 적지 않다. 문제는 주최 측이 가족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다는 점이다. 지금도 TV 광고에선 “온 가족이 즐기는 서울모터쇼”라는 성우 목소리가 선명하다.

 전시 차의 상당수가 문이 잠겨 있는 ‘과보호’ 상태인 점도 아쉽다. 입장료 1만원을 냈음에도 관람객들은 주차된 차를 훔쳐보듯 유리창에 코를 박고 차 내부를 살펴야 했다. 자비를 들여 파리모터쇼 등에 다녀올 정도로 차를 좋아하는 직장인 박종욱(28)씨는 “해외 모터쇼에선 수억원짜리 애스턴마틴 운전석에도 앉아볼 수 있는데 여긴 벤츠 A클래스 같은 소형차도 문이 안 열린다”며 “인터넷 사진보다 나은 게 뭐냐”고 반문했다. 업체 측에서는 “차문에 어린아이 손가락이 끼이는 등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관람객들이 마구 타다 보면 차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원에게 열어달라고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시 차마다 기대 선 모델만큼이나 안전요원 배치에도 공을 들인다면 차문 정도는 열어 놓아도 될 것이다.

 주최 측과 참가 업체들은 이번 모터쇼에 대해 “관람객 수준이 한 차원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관람객들은 모터쇼도 한 차원 수준 높아지길 기대한다. 2년마다 개최되는 서울모터쇼는 이번이 아홉 번째다. 2015년엔 열 번째다. 열 번이면 좀 잘할 때도 됐다.

이가혁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