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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합진단 - 조동필 교수에 물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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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거공약이 너무 화려하게 나열되는 것도 후진성의 하나라고 봅니다. 어디까지나 현실에 발판을 두고 착실히 미래의 설계를 향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정책적인 것」이어야 됩니다.』 고려대학교 조동필 교수(경제학)는 선거공약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각 당이 내세우는 공약을 보면 「국민은 이제 모두 다 잘 살게 되고」 또 「한국은 얼마 안 가서 지상천국이 되는 것」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관념상의 미사여구나 정책구호의 나열은 아무런 구속도 안 받지만 현실적인 면에서의 정책수행은 허다한 제약점을 갖는 법입니다.』
조 교수는 정책으로서의 공약이 지니는 제약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후진국의 경우 오랜 시일의 예속경제 때문에 뒤틀린 산업구조·결핍된 자본축적·낙후된 생산기술·일그러진 기업가 정신 등 경제발전의 제약적 조건이 너무도 많습니다.』
이렇게 진단한 조 교수는 『그러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기업가나 국민들의 비상한 노력 없이는 소기의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없는 것』이라고 그 처방을 사회적 바탕의 시정에 두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나는 여·야의 쟁점은 「부익부·빈익빈」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여·야당이 보수정당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상 별다른 도리가 없을 줄 압니다. 자본주의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이상 부의 집중현상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제도나 체제에 수정을 가하든지 그렇지 못할 때는 「사후적」으로 소득배분을 재조정하는 시책을 단행하는 용기를 갖든지 양단간에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이렇다할 제시가 없는 것 같아요.』
여·야의 선거공약에 「제도수정」이나 「소득배분의 재조정」등 근본적인 방향제시가 없었다고 조 교수는 평한다.
『경제구조의 방향제시에 있어 기간산업 건설- 즉 큰 공장을 세운 것을 가지고 문제삼는 것 같은데 전기·「시멘트」·비료·석유화학공장·전기 기기 등등은 그 공장건설에 있어서 「경제단위」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대규모 공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중소기업은 경제가 발전될수록 대기업에 흡수되고 중소기업으로 존립이 가능한 것만 남게 됩니다. 서독이나 이태리의 중소기업 법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을 몰락시켰다는 것보다는 자연적 추세가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실제 정책면을 볼 때도 비료값은 더 내리고, 이중곡가제를 실시하고, 세금은 내리고, 봉급은 배로 올리고 하는 이런 엇갈린 관계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그리고 또 자금의 뒷받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한 일입니다. 말은 다 쉬운 일 입니다. 여·야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 이런 정책적 함수 관계를 뚜렷이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일입니다.』
『비료문제만 하더라도 충비·호비의 시설은 산업입지면에서나 또는 시설가격면에서나 잘못돼 있습니다. 호비의 경우 연간 2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답니다. 이런 원인들 때문에 비료값의 대폭인하는 어려울 것입니다. 3, 4비도 만족할 것은 못됩니다. 5비의 생산단가는 월등히 낮지만 「풀·카운트」(POOL COUNT)제를 제대로 한다면 비료값의 인하는 어려울게 아닌가요.』
『앞으로의 전반적인 농업정책에도 우선 그 근본적인 바탕을 시정하는 방안이 모호합니다. 농산물가격의 합리적인 책정, 영세농의 확대재생산, 그리고 환금작물 등을 위한 농업의 기업화방안이 막연하게 나열되고 있습니다. 농촌의 현실을 보다 깊이 파고들어 그 밑바닥에 깔린 어려운 점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처방이 없는 것 같아요.』
『실업자 등 도시대중의 고용문제도 이른바 「공업화」의 진도에 알맞는 흡수범위와 농촌의 잠재실업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문제에 합리적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조세정책에서도 여·야당이 내세우는 중소층을 포함한 대중의 담세 경감도 감세에 따른 세입결함을 메우기 위해 고소득층의 담세 누진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인지가 뚜렷하지 못합니다.』
『어쨌든 우리 나라처럼 화려한 공약을 외국의 경우에선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발전을 위한 강렬한 의욕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선거때 국민에게 너무 자극을 주는 공약은 그만큼 실천도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선거공약은 긴 안목의 「장기정책」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기병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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