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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되찾자 … 한국형 SPA의 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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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2층의 한국형 SPA 브랜드 랩(LAP) 매장을 소비자가 둘러보고 있다. 이 매장은 소공동 본점에서 패션 브랜드 역대 최대 크기다. [김상선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2층의 여성의류 ‘랩(LAP)’매장. 랩은 국내 패션업체 ‘아이올리’가 한국형 SPA를 표방하며 2011년 만든 브랜드다. 노랑·분홍·연두 등 색색의 봄 재킷과 신발·가방을 둘러보던 김영미(28·양천구 목동)씨는 “글로벌 SPA 브랜드보다 팔이 덜 길고 어깨폭도 좁아 동양인 체형에 어울린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롯데 소공동 본점에 오픈한 랩은 첫날에만 2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의 3개 브랜드 매장을 합쳐 200㎡(약 60평)의 크기로 문을 열었다. 소공동 본점에서 패션브랜드 역대 최대 크기다. 아이올리 김기택 상무는 “랩은 론칭 첫해인 2011년 100억원, 지난해 400억원, 올해는 75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 있던 여성 패션브랜드 ‘매긴나잇브리지’도 ‘매긴’으로 이름을 변경하며 SPA브랜드로 바꿨다. ‘컬쳐콜’과 ‘르윗’ 역시 SPA브랜드로 바꾸며 봄 개편 때 매장을 새 단장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 2011년 10월 인수된 톰보이 역시 지난해 2월 SPA형 브랜드로 바꿔 새로 나왔다. 가격대가 기존보다 20~30% 싸졌다. 인수 전 102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50억원, 올해 목표는 4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백화점 매장도 인수 전에는 하나도 없었는데, SPA형으로 바뀐 후엔 39개로 늘었다. 올해 총 60개가 목표다. 이랜드는 “연매출 1000억원대 여성복 브랜드 ‘로엠’을 SPA로 전환하겠다”며 3일 자라·H&M 등 글로벌 SPA가 포진한 명동 눈스퀘어에 SPA 1호점을 열었다.

 한국 토종 SPA브랜드들의 기세가 높아지고 있다. 자라·H&M·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에 눌려 시장을 뺏겼던 토종 패션업체들이 한국형 SPA로 변신해 브랜드와 생산 방식을 대거 바꾸고 있다.

 백화점의 영 패션매장도 이들 한국형 SPA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롯데 의 경우 영패션 중 한국SPA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5.3%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0.9%까지 올라갔다. SPA 브랜드 ‘탑텐’은 백화점 봄 매장 개편 때 현대백화점 천호점·중동점·울산점·신촌점 등 4곳에 추가로 입점했다.

  SPA로 바꾸면 생산 주기가 빨라지고 박리다매로 가격은 기존 브랜드보다 20~30% 싸진다. 옷값 거품이 빠지는 것이다. 백화점들도 기존 35~40% 받던 수수료를 한국SPA브랜드에는 8%대까지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허종욱 여성의류팀장은 “글로벌 SPA브랜드보다 한국 SPA들은 국내 여성 체형에 잘 맞고 인기 제품이 완판되면 추가 주문도 원활히 이뤄져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롯데의 경우 중국은 물론 베트남·인도네시아까지 백화점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곳에 입점할 한국 SPA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중년층을 위한 한국 SPA브랜드도 등장했다. 신세계 인천점·영등포점에 있는 ‘몬테밀라노’는 지난해 9월부터 SPA 방식으로 전환했다. 티셔츠·니트·재킷 등 단품을 SPA 방식으로 생산해 기존보다 가격을 20~30% 낮췄다. 3~5개월 전에 상품을 기획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것을 한 달 단위로 기획하고, 빠른 물류를 위해 국내에 공장을 신설했다.

 한국형 SPA의 힘이 커지면서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 브랜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베이직하우스’는 2010년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을 처음으로 앞섰다. 지난해는 3350억원으로 국내 매출의 약 두 배였다. ‘스파이시칼라’는 지난해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이세탄 백화점 1층에 매장을 낸 데 이어, 10월엔 중국 칭다오(靑島)의 래플스시티 백화점에 입점했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미쏘’는 최근 일본 요코하마에 해외 1호 매장을 냈다. 제일모직 ‘에잇세컨즈’는 2014년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1388㎡(420평)의 대형 매장을 열 예정이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PA  유통·제조 일괄형 브랜드(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다. 제조사가 상품 기획·디자인에서부터 생산·유통, 가격 결정까지 전부 하는 것을 말한다. 박리다매로 싸게 팔고 상품 회전율이 빠르다. 패스트푸드처럼 인스턴트 식이란 의미에서 ‘패스트패션’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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