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적 도시에서 생산적 도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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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현옥 서울특별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역대시장 중 가장 연소한 시장이었기도 한 그는 돌격적인 시정운영을 했었다는 점에서 단연 이채로운 시장이다.
전임지 부산에서의 도시계획 실적이 높이 평가되어 일약 서울특별시장으로 발탁됐던 김 시장의 시정 1년은 그래서 그런지 그야말로 「도시계획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건물이 헐려 노폭이 넓혀졌고 지하도와 육교가 생겨 교통순환이 어느 정도 순조로와졌다. 그런데 이 건설과정을 회고해 보면 하절의 호우와 빗발치는 여론의 시비속에서 문자 그대로 돌진의 과정이었던 것이 퍽 인상적이다. 비난의 소리도 어지간히 한 몸에 모았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모습도 그렇게는 생소하지가 않다. 뿐만 아니라 그를 향해 집중됐던 비난의 소리도 그의 정력적인 건설 실적 앞에 다소 누그러졌다.
말하자면 시정 1년을 의욕적인 건설로 치달았던 그의 집념은 차차로 시민들 마음 속에서 공감의 지대를 넓혀 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김 시장하면 누구나 어설프지가 않다. 그렇게 볼 때 그의 서울특별시장 1년은 우선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그런 뜻에서 그의 앞으로의 시정이 형식적 외연의 확대에서 실질적 축적의 과정으로 전환되기를 바라게 됐다고 할 것이다.
첫째, 공약이 공약이 돼서는 안되겠다. 취임 초 그는 연달아 제1차 공약, 제2차 공약해서 많은 약속을 시민 앞에 제시한 일이 있다. 가령 지난 8·15까지 교통지옥의 31%를 해소하겠느니 주택 25만동을 건설하겠느니 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새서울」건설 청사진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과잉의욕이 모두가 충족되지는 못했다. 역시 시민들은 허황된 숫자의 나열에서보다는 알맹이 있는 생활공간의 개선에 보다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명심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 30일에 발표됐던 시정 5개년 계획집행에 이번만큼은 차질이 없을 것을 기대한다.
둘째, 정책은 의욕만으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역시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의 합리성도 매우 중요하다.
보상에 지체됨이 없어야겠고 모든 정책목표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흔히 변두리의 경우를 보면 아직도 도로정비가 앞서지 않는 까닭에 제멋대로 주택들이 밀집상태로 세워지고 있는데 나중에 또다시 집을 헐어야만 하는 이런 사태도 시급히 시정을 요한다 할 것이다.
셋째, 서울특별시도 이제는 전시적 도시로부터 생산적 도시로 그 질적 이행이 기해져야 하겠다. 시정이 도시계획만이 아닌 것은 재언의 여지조차 없다. 그렇다면 서울시정은 지금부터라도 이 기본적 명제에 충실한 방향에서 정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인 것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서울은 한국의 심장이며 그 국제성이 날로 드높여지고 있는 우리의 수도이다. 취임 1주년을 우선 성공적으로 보낸 김 시장은 이제 이 서울을 번영의 서울로 이끌고 갈 무거운 책임이 무엇인가를 현명하게 판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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