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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초청으로 온 티트로수보노(인니)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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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가 3년동안이나 동경해 온 한국 방문이 오늘에야 눈앞에 실현되어 정말 기쁠뿐입니다.』 한국 외국어대학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인도네시아」어 문학을 강의하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에 온 「자카르타」 태생의 「시티·순드라디·티트로수보노」여사는 벌써부터 강의 시간표를 손에 쥔 채 방한기쁨을 채 가누지 못한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중 키의 야무진 몸매인 「티트로수보노」 여사는 올해 35세의 미혼이지만 오랜 학원생활에 젖어 온 탓인지 조로한 여교수상마저 풍겨준다.
1956년 「족·자카르타」시에 있는 「가트자·마다」국립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 모교에서 6년간 전공인 인니문학과 문학사를 강의한 바 있는 「티」여사는 또한 영·일·노어에도 능통한 문학석사. 「티」여사가 외대서의 강의교섭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64년부터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립되지 못한 한국과 인니간의 국교와 미묘한 양국간의 외교관계 및 인니 국내 정변으로 인해 출국이 막혀오다 신축성을 띤 외교의 후광을 입고 마침내 방한이 성취됐다고 한다. 『이미 재학시부터 「아시아」 비교문학에 흥미를 느낀 후 한국에 관한 서적이라면 뭐든지 탐독했다.』면서 「티」여사는 자신의 한국에 대한 응결된 관심을 밝히기도 한다.
「티」교수는 『한국인들이 특히 사려가 깊고 친절한 것 같으나 날씨가 너무도 춥다.』고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상하의 나라」에서 온 귀빈의 애로를 털어놓는다. 넌지시 얘기가 요즘 격동을 안은 인니의 정변에 번지자 「티」여사는 퍽 침착한 어조로 『「수카르노」가 끼친 건국의 수훈은 기지의 사실이 아니냐.』고 반문, 『그러나 그의 20년간의 비정이 몰아 온 인니의 정치적 후진과 경제적 파국현상을 심판 받아야 마땅하다.』고 옷깃을 고치며 힘주어 말한다. 아울러 그녀는 『현 임정요인들의 우국적인 양심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크게 낙관」을 걸기도 한다.
묻기도 전에 스스로가 「이슬람」교도이며 「철저한 반공주의자」라고 밝힌 「티」여사는 앞으로 2년간 외대 인니어과에서 강의를 맡으며 자신의 연구분야인 「아시아」 비교문학도 공부할 계획이라고. 「티트로수보노」 여사는 이번 자기의 방한을 통해서 장차 한·인니 간의 상호이해 및 문화교류의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이정표를 세워보고 싶다고 자못 소망을 덧붙인다. 결혼얘기가 나오자 자신의 『학구계획만큼이나 먼 훗날의 일』이라고 추위로 찌푸린 얼굴을 붉히는 이 열대의 손님은 재차 『곧 날씨가 풀리게 되느냐』고 기자에게 다짐하려 든다. <양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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