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의 현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후보 등록 마감날이 가까워짐에 따라 공화·신민 양당은 본격적인 선거유세를 벌일 태세를 착착 갖추고 있다. 선거전에 있어서 입후보자나 정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중전달의 기회를 포착하여 정치적 소신을 밝히고 유권 대중으로 하여금 입후보자를 비교 선택 할 수 있는 판단의 자료를 갖게 해야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중전달의 방법으로서는 선거유세가 으뜸가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기 「매스콤」의 「미디어」가 발달 할 대로 발달한 상황하에서 선거유세가 계속해서 대중전달의 수단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이 있다. 그뿐더러 가령 선거유세를 계속 중시한다 하더라도 여·야가 유세를 벌이는데 여러 가지로 정치적인 잡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매우 한심스러운 일이다.
지금 선거유세를 계획하는데 여·야간에 말썽이 되고 있는 것은 공공시설을 유세장소로 사용하는 문제와 대통령 후보자들이 합동정견 발표의 기회를 갖는가 하는 문제이다.
공공시설을 유세장소로 사용하는 문제는 앞서 서울시당국이 서울시청 앞 광장, 서울운동장, 남산 야외음악당 등을 유세장소로 사용하는 것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천명한데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야당측은 그 부당성을 지적, 서울시장의 파면까지를 요구했는데, 중앙선관위는 상기 장소에서의 집회 불허가 대통령선거법 41조에 위반한다고 지적, 서울 시장에 공한을 내어 그 시정을 요구키로 했다. 무릇 선거유세란 정견의 대중 전달을 목표로 하는 것이니 만큼 되도록 다수의 청중이 모이기 쉬운 곳을 택해야 하는 것이요, 공공시설은 각별한 지장이 없는 한 집회장소로 이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유세의 목적이 가능한 한 넓은 대중전달을 꾀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공공시설사용에 있어서 여·야간에 차별대우란 있을 수 없는 것이요, 만약에 있다고 하면 그것은 원천적인 선거운동 간섭임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다음 대통령 입후보자들이 합동정견 발표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유권대중으로 하여금 입후보자를 동시에 비교 선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에서 원칙적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정치수준으로 보아 여·야의 입후보가 동일한 장소에서 합동정견 발표를 하게 되면 여당 편을 드는 군중과 야당 편에 서는 군중이 서로들 흥분을 억제치 못해 격돌을 일으켜 소란스러운 사태를 벌일 우려가 다분히 있다. 이 한도 내에서 우리는 대통령후보의 합동정견 발표가 우리사회의 민도로 보아서 시기상조로 본다.
그러나 이것은 합동정견 발표의 원칙 그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대처럼 「매스콤」의 「미디어」가 발달해 「라디오」·TV등이 「매스콤」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한 기술적인 여건 하에서는 「라디오」·TV를 빌어 입후보자가 동시에 정책대결을 한다고 하면 이는 국민에게 큰 편의와 이득을 줄 것이다. 선거유세도 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 방법에 있어서 현대화를 대담하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